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노총 최저임금 요구안 5천410원에 대해 사용자측은 4천350원을, 공익위원은 중재안으로 4천445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4천320원과 4% 이상이 될 것이 확실한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용자와 공익위원은 모두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안을 내놓은 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대표 각 9명과 정부가 선임하는 공익위원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형식상으로는 노사정 동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올해도 드러났듯이 중재를 자처하는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사용자측 요구를 중심으로 노동계의 요구를 조금 반영하는 정도의 태도를 취해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아예 대놓고 매년 실질 최저임금 삭감을 중재안이라고 내놓기 일쑤였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국정 운영의 철칙으로 삼고 있으니, 그 정부에서 임명한 공익위원들도 다를 리 없다.

매년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까닭에 최근 최저임금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여럿 제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정 교섭 대신 평균임금 50%를 법적 기준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단계적 방법으로 평균임금 50%를 목표치로 해 생산성증가율과 물가인상률을 합한 만큼 최저임금을 매년 인상해 나가자는 안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모든 안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최저임금 교섭방식을 자동결정 방식으로 바꾸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을 어떠한 제도로 보느냐의 문제다. 자동결정 방식은 최저임금 제도를 일종의 복지제도로 보는 것이고, 교섭방식은 민주노총이 매년 주장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을 ‘국민 임투’로 다루는 효력범위가 가장 넓은 임금교섭 구조로 보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임금수준에 관해 사실 정해진 룰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현재 최저임금 층을 형성하고 있는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굳이 평균 대비 50%여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 임금을 조합원(최저임금의 경우 전 노동자)의 의지와 투쟁으로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측정 방식도 제각각이고 그 정확성도 의심스러운 노동생산성에 종속해 결정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가 세금을 매개로 한 분배에 관한 사안이라면 임금은 노동자에게 지급되지 않는 잉여가치 즉 착취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비율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기대 방식도 문제다. 비율이 주는 눈속임을 봐야 한다. 최저임금은 2000년대 매년 두 자릿수 가깝게 인상됐고, 2004년과 2005년은 평균정액임금 인상률보다도 높게 올랐다. 하지만 이를 실제 액수로 보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2004년 월평균임금 인상액은 12만원 넘게 올랐지만 월 최저임금인상액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5년도 마찬가지다. 월평균임금 인상액은 1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월 최저임금인상액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내내 임금격차가 늘어났다. 이런 비율 방식의 수준 비교로는 노동자 간 격차 축소가 요원하다는 얘기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얘기해 왔다. 하나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현재 노사정 방식에서 노-정 혹은 노-사 양자교섭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요구의 대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중재안 뒤에 숨어 있는 사용자측을 확실하게 드러내거나, 공익위원으로 등장해 ‘중재’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기만하는 정부를 교섭의 명확한 대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요구방식이다. 현재와 같은 50% 요구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조합원 임금인상액과 동일한 액수로 최저임금 인상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올해 금속노조가 산별 최저임금 요구액을 산정하면서 사용하기도 했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요구액을 동일하게 해 단결의 매개로, 그리고 임금격차를 실제로 줄여 가는 투쟁의 전략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를 제도적 완성도 문제로 보지 말고 노동자 단결투쟁의 도구로 이용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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