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의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토론에서 ‘철도 민간참여 땐 운임 20% 싸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매일경제 6월28일 30면) 국토해양부가 철도산업에 민간업체 참여로 경쟁을 유도하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철도운영경쟁체제 도입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매일경제 6월10일 1·8면) 공기업 민영화의 '철도 버전'이다. 기획재정부는 해마다 향후 5년간의 중기 국가재정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6월이면 이런 대규모 토론회를 진행한다. 한 나라의 살림살이 구조를 바꿀 중요한 토론회에서 나오는 내용은 늘 이런 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국 1천가구를 대상으로 가계 저축수준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가구의 22.7%가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경향신문 6월28일 20면) 건조하게 “저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실은 “못했다”가 맞다. 5분위 소득 최하위 계층의 46.8%가 한 푼도 저축하지 못했다. 통계청이 매 분기마다 집계하는 가계동향조사를 봐도 소득 최하위 계층은 늘 적자다. 적자를 내는 가구가 저축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달 28일 한겨레에 쓴 <유럽 ‘예술인 사회보험’ 눈여겨보길>이라는 칼럼은 프랑스 등 예술인의 ‘사회적 생산성’ 인정제도와 최저수입 보장, 실업보험 등을 최근 우리 정부와 국회가 논의 중인 ‘예술인복지법안’에 빗댔다. 이 교수는 프랑스의 ‘앵테르미탕’을 사례로 들면서 프랑스 예술가나 스태프가 지난 10개월 동안 총 507시간을 일하면 이후 최대 8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칼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추진하는 법안이 눈여겨볼 만한 모범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예술인도 노동자라는 것이다.

우리 노동법의 가장 기본법안인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정의에 ‘사업이나 사업장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고 강제한다. 19세기 산업화 시대에 나온 노동자 개념을 21세기에도 그대로 답습하는 낡은 근로기준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사업이나 사업장에 소속’돼 있는 사람만이 노동자가 아니다. 자기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모든 이를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여학생 대학 진학률, 남학생 앞질렀지만>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17면 기사는 지난해 성별 대학진학률이 여성 80.5%, 남성 77.6%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새로운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역시 별 특별할 것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성별 학교교육을 받는 기간을 살펴보면 남성은 16.6년인 데 반해 여성은 17.2년으로 더 길다. 나는 그 점수와 순위매기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피사(PISA) 측정에서 연속 1등을 차지한 핀란드는 남성 18.5년, 여성 20년으로 성별 격차가 1년 반이나 난다. 문제는 한겨레도 지적했듯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다.

전경련이 박효종·김종석·전상인 등 뉴라이트 계열의 교수들에게 의뢰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분석결과가 <고교 한국사, 反시장경제 이념 부추겨>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 6월27일자 14면에 실렸다. 전경련과 이들 교수는 6종의 교과서에 실린 건국 이후 서술에 집중했다.

전경련은 비상교육 출판사의 교과서 366쪽 “가격경쟁력에 의존한 수출 위주의 성장정책은 노동자에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였다. 이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내용을 대표적 反시장경제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달아 놓은 해설은 더 가관이다. 이들은 “실업과 빈곤이 만연하던 시절에 근로자들이 저임금으로라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을 두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60~70년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자본이 절대 강요하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서 했다는 소리다. 당시 약탈적 저임금의 책임을 모두 ‘사회구조’로 돌리는 놀라운 재주다.

그래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다는 포장을 위해 지난달 23일 한진택배터미널을 방문해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직접 물품을 나르기라도 했다. 5·16 혁명 직후 부정축재자들이 궁지에 몰려 만들었던 전경련의 탄생부터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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