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Skeleton in the closet”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번역하자면 “벽장 속에 있는 해골 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간 몰래 잘 감춰 뒀던 것이 어느 날 난데없이 다 들통이 났다”는 뜻이 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가 되면서 형편이 꼭 이런 꼴이 되고 있다. 어느 구석 성한 곳이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검찰개혁 조처에 대해 검찰이 집단저항을 보이고 있다. 검찰 권력에 대해 국민들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거다. 시건방지기 짝이 없고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의회의 검찰 개혁안도 사실은 만족스럽지 않은 터에 이런 정도를 가지고도 검찰이 국민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 정권의 검찰 개혁조처는 실패했다. 개혁을 하고 독립을 시켜야 하는데 그 순서가 거꾸로였다. 그러니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키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는 언젠가부터 고양이가 아예 생선가게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촛불 정국에 대한 대응책으로 검찰의 간을 키워 준 결과다.

그렇다고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준다는 것도 지금 상황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때려 패고 인권유린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경찰에게 수사권마저 강력하게 쥐어 준다면 어찌 될 것인지는 뻔하다. 검찰 개혁이나 경찰 개혁 모두 권력이 이들 권력기관의 힘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조직 이기주의와 권력에 대한 충성이 근본이 되고 있는 기관의 힘은 어느 쪽으로 가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을 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여기에다가 거대 자본의 힘까지 가세해서 이 나라 민중의 삶을 매일 짓밟고 있다. 한진중공업 회장은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에 불참했고,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합의한 청문회마저 나오지 않았다.

검찰·경찰·재벌 모두 국민들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KBS는 수신료 논란에 빠진 채 친일파 미화 방송과 도청의혹까지 받고 있는 중이다. 일체의 권력기관들이 모두 민주주의와는 담을 쌓고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걸 조장하고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 온 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장맛비가 내리자 전국 여기저기서 제방이 무너지고, 교량이 사라지고, 침출수가 하천에 흘러들었다. 장마철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임기 안에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대통령 이명박의 등쌀에 밀린 공사의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아니라 4대강 재앙 프로젝트를 가동한 셈이 아닌가.

4대강에 돈을 죄다 쏟아부으니 대학 등록금 해결이 어렵고 복지정책의 구체적 실현이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그 엄청난 돈은 공사를 주도하는 재벌기업들의 입에 매일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이걸로 한국 경체가 동력을 얻고 실업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4대강 공사가 끝나면 홍보프로그램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니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쓰는 자와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광화문 거리에서는 오랜만에 민주시민들의 함성이 조직화돼 울렸다. 민생을 외면한 채 자기들 주머니나 두둑이 불리려는 자들의 부패한 권력에 대한 저항과 심판의 힘이 그렇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민심의 분노가 하나의 물결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힘이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분명하다.

벽장 속에 감춰 둔 해골 뼈들은 이제 더는 감추지 못하게 됐다. 그 벽장을 아무리 화려하게 덧칠하고 벽장을 자물쇠로 잠가 둔다고 해도 우린 이미 그 흉측한 해골 뼈들을 봐 버렸다. 죽음의 냄새를 풍기면서 음모를 꾸몄던 자들의 몰골을 그대로 닮은 그 증거들이 도처에서 “나 여기 있소”하고 튀어나오고 있는데 뭘 더 은폐한단 말인가. 역사의 교훈을 전혀 배우지 못한, 종말이 가까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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