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위원들이 모두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30일부터 1일 새벽 5시까지 이어진 전원회의에서 노·사·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청한 논의시한을 이틀 넘겨 이날 새벽까지 협상을 이어 갔지만 끝내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새벽 4시50분께 중재안을 내놓았다. 내년 최저임금 범위로 최소 4천580원(6.0%), 최대 4천620원(6.9%)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사 위원들이 모두 반발하며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저임금위는 민주노총측 노동자위원 4명이 불참한 채 30일 오후 5시 회의를 속개했다. 한국노총측 노동자위원들은 4천780원, 경영계는 4천450원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전날 자정 무렵 제시했던 안에서 각각 5원씩 양보한 액수다.
 
앞서 29일 열린 회의에서도 노사는 ‘5원 양보안’을 내밀며 신경전을 벌였다. 공익위원들이 최소 4천445원(2.9%)에서 최대 4천790원(10.9%)의 범위 내에서 협상하라고 처음 중재안을 제시하자, 노사는 5원씩 줄인 4천455원(경영계), 4천785원(노동계)을 각각의 수정안으로 꺼냈었다.

노사위원들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30일 오후 10시께 공익위원들이 조정안을 제시하기로 하고 회의를 정회했다. 공익위원들은 1일 새벽 4시 마라톤협상을 이어 가며 노사위원들을 설득했으나 최종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노사위원들은 새벽 5시께 사퇴를 선언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광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 구성 자체가 잘못돼 있어 노동계 역할에 한계를 느낀다”며 “노동자위원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정권의 꼭두각시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공익위원들이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한 사무총장은 “차라리 최저임금위를 해체하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라”며 노동자자위원 사퇴 이유를 밝혔다.

반대로 경영계는 공익위원들의 조정안이 다수 영세·한계기업들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황인철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경영계는 3% 인상 수준에서 최종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공익위원들이 결국 노동계 압박에 굴복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높은 요율을 꺼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퇴장한 민주노총측 노동자위원 4명을 제외하고 노사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은 “실패한 위원장이라 할 말이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났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노동부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액을 심의·의결하고, 그 결과를 노동부장관에게 제출(8조2항)해야 한다. 노동부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8조1항)해야 한다. 올해 박재완 전 노동부장관은 3월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고, 논의기한인 90일은 지난 29일로 끝났다.

노사위원 사퇴로 공익위원만 남게 된 최저임금위원회는 현재로서는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의 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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