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정규직이 유럽국가에 비해 정규직으로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이행하기는 쉽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규직 유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비정규직 유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과)는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이행노동시장의 이해와 고용전략’ 보고서에서 한국노동패널 조사를 활용해 경제활동 상태 간 이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과 2007년 고용형태 간 이행을, 유럽지역은 95년과 96년 이행을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이 2년 뒤에도 정규직으로 이행할 확률은 우리나라가 83.3%를 기록해 평균 90% 내외인 유럽 국가에 비해 낮았다. 유럽 국가 중 자유주의 고용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정규직 유지율이 88.7%, 사민주의 고용체제는 91.8%, 조합주의 고용체제는 89.6%, 남유럽 고용체제는 87.3%를 기록했다.

반면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을 확률은 우리나라가 48.6%에 달해 32~39%인 대다수 유럽 국가에 비해 높았다. 정규직에서 임시직·일용직·특수고용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6.9%로 유럽보다 높았다. 유럽 국가들은 사민주의 고용형태가 2.8%로 가장 낮았고, 남유럽 고용체제가 4.4%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진입할 기회는 유럽보다 적었다. 우리나라 임시직이 정규직으로 1년 안에 이행하는 비율은 24.3%였는데, 유럽의 자유주의 고용체제에서는 32.2%, 사민주의 고용체제에서는 27.4%, 조합주의 고용체제에서는 27.5%가 이동했다.

특히 일용직이 정규직으로 진입하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7.8%에 그쳤지만 유럽 국가는 그 비율이 30% 안팎에 달했다. 남유럽 고용체제는 상대적으로 상향이동이 제한적이었다. 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행할 확률이 21%, 일용직에서 정규직으로 이행할 확률이 15.7%였다.

전 교수는 “고용형태 측면에서 볼 때 노동시장으로의 안정적인 통합은 잘 이뤄지지 않는 반면 불안정한 이행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고용형태상의 하향이동이 우세한 반쪽의 유연성과 상향이동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성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 고용형태임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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