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에는 우리나라 암 수술 5대 의료기관 중 하나라는 대학병원이 있다. 그 대학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의료기사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으면서 간호조무사 일을 하는 70여명의 협력업체, 그러니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1월 자신들의 근로형태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의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면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대학병원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간호사나 의사들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주장을 했다.

대학병원 소속의 의사나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하는 등 지휘·감독을 하게 된다면 이는 파견법 제5조에 의한 불법파견이 된다. 반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학병원 소속 의사나 간호사가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다면 불법파견이 아닌 것이 된다.

그 병원을 한 번쯤 이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하얀색 무늬 없는 유니폼-간호사 유니폼에는 병원마크가 있다-을 입은 이들이 하는 일(간호보조, 약물 수령·운반 등)이 간호조무사의 업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병원은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감추고자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은 간호조무사의 일이 아닌 허드렛일(?)을 했고 업무 역시 의사의 간호사의 지휘·감독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마약을 비롯한 각종 약물을 수령하고 운반하는 일이 모두 허드렛일이란다. 기가 막힌다.

대학병원이 허드렛일이라고 주장하는 일에 대해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4조에서는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면 마약류의 운반과 소지 등을 금지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주장대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의사나 간호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허드렛일(?)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학병원은 수년 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이고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취급했다는 말이 된다. 해당 의사나 간호사들 역시 불법행위를 사주하거나 방조한 공범 내지는 교사범으로 중범죄인에 해당한다.

현행 파견법(제5조)을 위반한 사업주(병원장)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런데 의료법(제27조) 위반에 해당하게 되면 사업주(병원장) 뿐만이 아니라 해당 의사나 간호사들까지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제3조, 제4조)에 해당할 경우 사업주(병원장)뿐만이 아니라 해당 의사들까지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그 대학병원은 국내외 의료기관인증(JCI 등)을 받았다고 그 자랑이 대단하다. 병원 내에서 의사나 간호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의료행위(진료보조 및 간호보조 등)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존재하는 병원이 어떻게 그런 인증을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학병원은 하루빨리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앞장서야만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환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