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7월1일부터 교섭창구 단일화가 강제된다. 그래서 이 나라 노조들은 걱정이다. 기업별노조·지역별노조·산별노조 등 형태를 불문하고,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소속을 불문하고 그동안 당연하게 인정받아 온 교섭권을 잃게 될까 봐 잔뜩 겁먹고 있다.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조합원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조합원 권리를 확보해 주지 못하는 노조가 되고 만다고 걱정이다. 바야흐로 복수노조의 공포가 이 나라 노조들을 떨게 하고 있다. 복수노조가 이 나라에선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를 확대하는 것인데도 그것이 시행된다는 7월1일을 반가워하고 있지 않다. 도대체가 복수노조 허용된다고 웃질 않는다.

2.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의 노조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사용자와 교섭하도록 한 제도다.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항). 근로자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집단적으로 교섭할 권리가 헌법의 기본권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이 노조를 조직해 사용자와 단체교섭 할 수 있는 것이고, 노조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은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정했다(제29조의2 제1항).
이에 따라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노조법을 내세워 단체교섭을 거부할 것이고 이를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노조는 겁을 먹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만 헌법에서 정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지금 노조는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복수노조들 사이에 스스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면 걱정은 종결돼 버린다. 어차피 복수노조가 존재한다면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은 여러 노조로 나뉘어 제각각 교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이걸 노조법은 강제로 하나로 뭉쳐서 교섭하고 투쟁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면 안 될까.
노조들 사이에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법으로 강제한 거라고 보면. 이렇게 보면 이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비용 등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노조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헌법은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했으므로 이 노동기본권의 행사로써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둔 것이라고 제도취지를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이게 헌법의 노동기본권 보장취지에 부합하는 노조법 해석일 것이다.
자, 이렇게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파악하게 되면 이제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조를 위한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노동부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업무매뉴얼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파악하고 노조법을 해석해 내려보냈다. 그러니 위와 같은 취지로 노조법을 해석한다면 노동부 업무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고 노조법 개정투쟁을 통해 폐지할 수 없는 경우라도 헌법상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지금까지의 해석논의의 전복을 통해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석논의의 전복이 교섭권 제한을 전복시키는 것이다.

3. 지금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해 누구나 말한다.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노조와 그 대변인들은 헌법의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보장에 반하는 위헌법률이라고 주장한다. 조아무개 교수도 권아무개 변호사도 그렇게 주장했다. 이것도 제한되고 저것도 제한되는 제한투성이인 문제의 법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복수노조 상태에서 교섭비용 등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제한한 것으로 위헌법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동부는 노조법은 기존과는 달리 복수노조 상태에서 노조들의 교섭권 행사를 제한했으므로 보다 제한적으로 해석해 이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노조·사용자·정부가 한통속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조의 교섭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해석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사업장에서 하나의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을 위해, 노조의 편의를 위해 노조법에 도입한 것이라고 아무도 해석하지 않는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위헌성·부당성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이 제도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제도라는 자본과 권력의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러나 위헌·부당성을 내세워 폐지할 수 없다면 이 나라 노동자와 노조는 이 노조법 제도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아니라도 노조법은 거의 대부분 조항들이 노조의 조직과 활동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규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조법 해석을 통해 노조의 조직과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조법을 해석하고 주장해 왔다. 그것과 이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무엇이 다른 것인가. 지금처럼 위헌성·부당성만을 내세운다면 자칫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노조법의 해석을 망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이러한 노조법 해석논의들을 전복시켜야 노조의 교섭권·쟁의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4. 노조법은 복수노조 상태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제29조의2), 교섭창구 단일화 범위에 관한 교섭단위 결정(제29조의3),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제29조의4), 기타(제29조의5) 등에 관해 규정했다. 복수노조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및 그 범위, 교섭대표노조의 권한과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그러면 이에 따라 해석하면 된다. 한마디로 복수노조에서는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고, 그렇게 하는 범위를 정하며, 교섭대표(노조)는 단일화절차에 참여한 노조 또는 조합원을 위해 단체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데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게 개정 노조법에서 정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다. 여기에 지금 노조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 교섭권과 쟁의권의 상실은 이 법률에 정한 바 없다. 단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자 할 때는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라는 거다.
그럼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만약 노조들 간 대립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할 수 없다면 그땐 노조법이 정한 대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게 된다. 소수노조라서 이게 문제고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필자는 말해 주고 싶다. 노조법은 소수노조의 교섭권 및 쟁의권을 박탈한 것이 결코 아니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규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보라. 노조법 어디에도 그와 같은 규정은 없다. 노조의 교섭권·쟁의권 등 헌법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내세워 노조의 교섭권·쟁의권이 박탈되는 것이라는 해석론은 모두 엉터리다. 혹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자가 있다면 제1조에서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것을 노조법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똑바로 법을 해석하라고 하면 된다. 노조법 시행령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해 상세히 정하고 있다. 노조법이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한 사항이 아닌 것으로 교섭권 및 쟁의권을 제한하고 금지한다면 노조법 시행령은 위법해서 무효다. 지금 이 나라 노조들은 노조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관한 시행령 규정을 가지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해석해 대고 이 해석 때문에 겁을 집어먹고 걱정하고 있다. 겁먹고 걱정이 앞서는 노동자는 투쟁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그릇된 해석론이 장차 노동자를 투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것이다. 위헌론·부당성론의 근거로 내세운 노조법의 문제들이 내일 노조의 교섭과 쟁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자칫 노조법이 제한한 것보다 많은 제한이 이것 때문에 초래될 수 있고 노동부 업무매뉴얼의 해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악법 철폐투쟁과 별개로 악법의 제한을 위한 해석이 전개돼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 겁먹고 주저해서는 조합원의 권리 확보를 위해 노조가 교섭하고 투쟁할 수 없다. 그러니 자꾸 겁만 주면 안 된다. 주장하고 투쟁해야 해석은 판결이 되고 노동자의 권리로 쟁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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