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대기업의 60%가량이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고, 공기업의 75.8%가 사내하도급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체는 그렇지 않은 사업체에 비해 채용시 정규직의 비중이 6.2%포인트 낮게 나타나 사내하도급이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도 뒤집혔다.

은수미·이병희·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최근 발간된 ‘사내하도급과 한국의 고용구조’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2008년 사내하도급 현황조사’와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전산망 자료, 한국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의 기업재무제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용구조를 분석했다.

◇대기업·공기업일수록 사내하청 많아=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사내하도급 활용 여부와 원청 노동자 대비 사내하도급 노동자인 사내하도급 활용강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체 비중이 59.2%로 나왔고,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 노동자의 30.4%에 이르렀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내하도급을 더 많이 사용했다.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체의 평균 노동자수는 1천433명으로 비활용 기업 평균 노동자수(775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0% 미만인 기업은 280곳으로 평균 노동자수는 1천323명이었다. 10~50%는 219곳으로 평균 1천434명, 50% 이상은 77곳으로 평균 1천834명을 고용했다. 사내하도급 활용 사업체의 평균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많이 사용하는 사업체일수록 남성·핵심 근로연령계층(30~54세)·장기근속자·고학력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공기업에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75.8%나 됐다. 민간기업의 활용률은 58%였다. 원청 대비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비중도 공기업(27.9%)이 민간기업(16.9%)보다 높았다.



◇사내하도급 활용업체 일자리 창출 떨어져=보고서에 따르면 2004~2008년 사이 사내하도급을 활용하지 않는 사업체의 일자리 창출률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체와 비교해 일관되게 높았다. 사내하청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사용기업에 비해 일자리가 없어지는 소멸률이 높았지만, 일자리 창출률이 소멸률을 항상 뛰어넘었다. 창출하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사내하도급 활용업체는 미활용 업체에 비해 일자리 창출률이 1.9%포인트 낮았지만 일자리 소멸률은 0.4%포인트 낮았다. 일자리 순증가율이 2.3%포인트 낮다는 얘기다. 또 사내하도급 활용업체는 미활용 업체보다 채용률이 15.2%포인트 낮았고, 이직률도 11.4%포인트 낮았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자료를 활용해 정규직 비중을 산출한 결과 사내하도급 활용 업체의 정규직 채용 비중은 미활용 업체보다 6.2%포인트나 낮았다.

일자리 소멸률 차이가 크지 않은 것에 대해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데 원청업체의 수량적인 경직성이 사내하도급 의존을 높였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파견법이 규제적이라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파견법은 선진국에 비해 유연해 파견법을 완화하면 사내하도급을 파견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친고용적 공공부문 개혁 필요”=연구진은 사내하도급 문제 해법으로 고용 친화적인 공공부문 개혁을 제안했다. 비정규직 활용을 권장하는 각종 지침을 정비하고 직접고용 전환이나 외주화를 자제한 공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평가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조달계약 때도 임금과 근로조건 표준을 정해 그 기준을 밑도는 기업을 제외하고,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업체 역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2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활용하면 직접고용할 의무를 지도록 하는 현행법을 직접고용을 간주하는 조항으로 바꿀 것도 제안했다. 이 밖에 적법한 사내하도급의 경우 사용자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법에 규정하고, 법 개선 사항을 논의할 간접고용대책위원회 구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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