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비정규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정책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7일 청와대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민생대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파업 사업장에 대한 잇단 경찰력 투입부터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문제까지 노동현안이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영수회담은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비정규직 간 격차 해결에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빈껍데기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3년 만에 열린 영수회담 결과물치고는 지나치게 초라하다. 게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은 이미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걸쳐 시행된 바 있다.

기존 정책을 '재탕 삼탕'하는 것은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달 23일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터미널에서 택배상자를 트럭에 싣는 사진을 찍으면서 “택배기사도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와 관련해 “한 택배기사가 이달 초 ‘청와대 신문고’에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고충을 토로한 게 계기가 됐다”며 “택배기사나 간병인처럼 정식 근로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니어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택배기사·간병인·퀵서비스 등 3개 특수고용직에 산재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노동부가 이해관계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만들어 지난 4월 초부터 논의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예술 분야 비정규직대책을 급조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유보했다. 영화·공연·출판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예술인복지법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당·정·청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며 예술인복지법의 본회의 통과를 유보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께 사내하도급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줄이는 내용의 비정규직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최근 한나라당이 연 비정규직대책 정책토론회에서 “진정성이 있는 토론회인지 선거를 의식한 홍보행사에 불과한지 지켜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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