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대부분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노조 대부분은 복수노조 시행 1주일여 만인 다음달 8일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한 뒤 2013년까지 2년간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생노조는 2년간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식물노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첫날 대부분 노조가 창구단일화 절차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노조가 자리를 잡기 전에 교섭권을 확보해 최대 2년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행 노조법과 노동부의 복수노조 매뉴얼에 따르면 현재 교섭 중이거나 단체협약 만료 3개월을 앞둔 노조가 회사에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다. 단일화 절차가 개시되면 사용자는 교섭요구 사실을 7일간 공고해야 하는데, 만약 이 기간 동안 교섭참가를 요청하는 노조가 없으면 기존 노조가 자연스럽게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게 된다.

실제로 노동계는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다음달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곧바로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권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한국노총 A연맹 관계자는 “노조법 재개정 문제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지침을 내리지 못했지만, 각종 교육과 내부 회의자료를 통해 현재 교섭 중인 노조는 다음달 1일 사측에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공세적 대응지침이 다음달이 되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협 만료시기를 수개월 앞둔 노조도 교섭을 앞당겨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B산별노조 관계자는 "소속 사업장 대부분이 11~12월에 단협을 갱신해야 한다"면서도 "다음달 초에 곧바로 창구단일화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이달 중으로 교섭을 진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이 되면 노조가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하고, 사용자는 7일간 이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이후 사용자는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5일간)를 한다. 이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시정지시가 없을 경우 사실상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초일 불산입 원칙에 따라 만약 7월1일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 같은달 8일까지 유효하다”며 “이 기간에 신생노조가 설립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가할 수 있지만, 없다면 기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2년간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다음달 4일에야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복수노조 시행 초기에 교섭권을 확보하는 신생노조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가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물론 단결권까지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상균 전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현행 노조법은 소수노조나 신설노조는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돼 있어 단결의 요인도 제약한다”며 “단결권을 포함해 노동3권을 모두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