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더라도 취업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법무부는 난민신청이 불허되면 체류자격이 없어 취업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 왔다.

인권위는 19일 방글라데시 출신인 K(남·40)씨가 “법무부가 취업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임신 중인 부인과 두 자녀를 부양할 수 없어 생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낸 진정사건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K씨는 지난 2003년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했으나 불허돼 2006년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위는 “법무부의 ‘난민인정불허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통한 권리구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자에 대해 인도주의적 사유가 있는데도 취업활동을 불허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법무부장관에게 취업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어 “자국의 박해와 위험을 피해 한국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출입국관리 차원이 아닌 인권보호 관점에서 난민인정 여부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정부의 조치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 한국 정부에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호주·뉴질랜드·캐나다의 사례를 들며 "소송 중인 난민은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하루 앞두고 인권위는 2009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인권위는 “여전히 난민신청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봉쇄돼 있고,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에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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