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취업한 일자리가 저임금 일자리였다면 이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저임금 일자리 탈출이 어렵고, 그만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심각했다. 특히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라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모두 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최근 펴낸 ‘저임금근로자의 노동시장 이행경로 및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근거로 일자리 이동을 파악했다.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면 이후 저임금 확률 높아져=연구팀은 저임금 노동자가 저임금으로 가는 경우, 비저임금으로 가는 경우, 자영업 저소득층으로 가는 경우, 자영업 비저소득으로 이행하는 경우로 나눠 분석했다. 그랬더니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었다면 직장을 옮길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라면 두 번째 일자리도 저임금일 확률이 58.9%에 달했다. 자영업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확률도 4.2%였다. 저소득층일 확률이 63.1%에 이르는 셈이다. 두 번째 일자리도 저임금이라면 저임금 수렁은 더욱 깊어진다. 이들이 세 번째 일자리에서 저임금 상태에 머물 확률은 65.9%에 이르렀다. 그만큼 저임금을 탈출할 확률은 낮아졌다. 두 번째 일자리에서 탈출한 저임금 노동자는 35%에서 28.5%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과거 일자리의 임금지위의 상태가 어떠하든 일단 저임금 일자리로 떨어지면 이후 저임금으로부터 다시 벗어나기가 어려워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여성·비정규직 함정 깊어=예상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첫째 일자리가 저임금인 여성이 둘째 일자리에서 저임금이나 저소득 상태로 머물 확률은 70.3%에 달했다. 저소득 자영업으로 이행할 확률은 4.3%였다. 첫 직장이 저임금인 남성이 두 번째 직장에서 저임금이나 저소득으로 전락활 확률은 47.8%였다. 독특한 점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었다면 둘째 일자리도 이를 벗어날 확률이 비슷하게 낮았다는 것이다.
 
첫째 일자리가 저임금인 비정규직은 60%가 여전히 저임금 상태에 머물렀고, 34.6%가 비저임금 일자리로 옮겼다. 정규직은 첫 일자리가 저임금이면 55%가 저임금이었고, 37.1%만 저임금을 탈출할 수 있었다. 첫째나 둘째 모두 저임금을 받던 비정규직은 65.4%가 저임금, 28.8%가 비저임금이었다. 정규직 노동자가 둘째 일자리까지 저임금이었다면 다음 일자리가 저임금일 확률은 67.3%, 비저임금일 확률은 27.3%로 비정규직보다 열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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