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연 평균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는 2.8명인데, 화물차의 경우는 1만대당 6.5명이다. 사고도 많이 나고 사망사건도 많이 난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물차 사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졸음운전이었다. 사망사고 74%가 졸음운전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렇게 화물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걸고 졸음운전까지 해 가며 도로에 나서는 이유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다. 경유가는 치솟는데, 운송료는 제자리다 보니 화물노동자들이 차량유지비라도 벌기 위해서는 잠도 자지 않고 화물을 날라야만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일하는 한 화물차 노동자 A씨의 한 달간 노동과정을 살펴보자. 25톤 카고트럭을 이용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A씨는 인천 중구에서 경기·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달간 78건의 화물을 운송했다. 주행거리는 총 8천395킬로미터이며, 컨테이너 운반 화물차의 평균속도를 감안하면 총운전시간은 158시간이다. 물론 운전시간이 총 노동시간은 아니다. 화물차 노동은 운전이 다가 아니라 물건을 싣는 시간과 내리는 시간을 합해야 한다.
 
 그리고 물건을 바로 싣지 못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더해야 한다. 보통 물건을 싣고 내리는 시간과 대기시간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시간이 넘는다. 4시간을 평균으로 잡으면 상하차 시간 및 대기시간은 총 312시간이다. 장거리와 달리 단거리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이렇게 운전 외 시간이 더 긴 경우가 발행한다. A씨의 월 노동시간은 470시간이고, 연간 노동시간은 5천640시간이다. 주 40시간 노동자의 법정 월 노동시간이 209시간이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자동차 노동자도 월 240시간 내외로 일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A씨의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정도가 아니라 거의 노예노동에 가깝다.

한편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은 매우 적다. 한 달간 8천395킬로미터를 운전한 A씨는 운송료로 900만원을 받는데, 여기서 알선소의 수수료 81만원이 공제되고, 지입료로 20만원이 지출된다.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는 불로소득자들의 중간착취가 운임의 10%가 넘는 셈이다. A씨가 한 달간 지출한 경유비는 488만원이고 톨게이트 비용은 70만원이다. 이것이 지출의 전부가 아니다. 지입제하에서 차량의 유지보수는 모두 화물노동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A씨는 타이어·엔진오일 등 소모품 비용과 차 수리비·식비 등을 포함해 총 122만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모든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마지막에 그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38만원이다.

문제는 여기가 지출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화물노동자들이 높은 경유가를 감당하지 못해 또는 대형 물류회사가 요구하는 연식을 맞추기 위해 2008년 전후로 자동차를 새차로 바꾸었다. 그리고 1억원 넘는 화물차를 현금으로 살 수 없어 대부분 할부금융을 이용했는데, 이 할부금융의 이자는 신용도에 따라 10%에서 25%까지 고율로 붙는다. 차량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원금과 이자가 월 300만원 가까이 되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A씨는 월 5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138만원에서 50만원이 다시 이렇게 빠지니 집에 가져가는 돈은 78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를 자산구매에 따른 비용으로 이야기하지만, 한국에서는 화물노동자가 노동을 하기 위해 차량을 직접 소유해야만 하는 구조이니, 자본이 노동자에게 설비의 구매를 맡기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제조업 공장으로 따지면 노동자가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공구를 직접 사 오라고 하는 격이다. 사실 19세기 초까지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 화물노동자들은 19세기 초반과 같은 노동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인천의 A씨는 월 470시간 노동에, 78만원의 돈을 버는, 시간당 1천659원을 받는 노동자다. 그리고 시급 1천659원을 받아 아이들 학비를 벌기 위해 집세를 내기 위해 졸음을 참으며 운전을 해야 하고, 차 안에서 밤을 새우더라도 물량을 받기 위해 공장 앞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운전하다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목숨을 잃거나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하지만 반대로 자본과 중간알선업자들 차량의 구매와 관리를 떠넘겨 172만원을 비용을 절감하고, 거기에다 알선료·지입료 등으로 101만원을 더 가져간다. A씨가 월 78만원을 버는 동안 아무런 일도 안 한 자본은 앉은 자리에서 273만원을 버는 것이다. 화물을 직접 실어 나르는 노동자보다 세 배나 많은 액수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는 최근 화물차를 늘려서 운임을 더 낮추겠다고 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을 아예 벼랑 밖으로 내던지겠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중간에서 온갖 수탈을 자행하는 자본을 내버려둔 채 화물노동자에게 더욱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화물노동자들의 투쟁, 화물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민주노조의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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