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오전 기자들에게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채 부산 한진중공업을 비공개로 방문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차 지난 12일부터 제네바에 체류 중이던 이 장관은 15일 귀국한 직후 한진중 방문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은 노동부가 ‘일자리 창출’만 강조하고 장기간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장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노동부가 6개월간 한진중공업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장관의 부산 방문은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자리현장 지원단 점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날 회의는 8개 지방고용노동청장과 부산 노사민정협의회 위원들이 참석해 일자리 현장활동 추진상황을 총괄 보고하고 고용노동정책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의 경우 4월 기준 실업률이 4.1%로 전국 평균(3.7%)보다 높고 고용률은 53.7%로 꼴찌다. 최악의 고용지표를 보이고 있는 부산지역에서 노동부 고용정책의 상징인 일자리현장 지원단 회의를 연 것이다.
 


그런데 한진중의 경우 2009년부터 1년에 2차례씩 구조조정을 실시해 3천500여명이 실직하는 등 지역 고용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외면하면서 부산지역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근로손실일수는 대폭 늘었는데 35%가 부산지역, 한진중공업에서 발생했다”며 “평소 한진중공업 사태는 부산지방청장이 일선 총책임자로 업무를 수행했지만 부산에서 일자리현장 지원단 점검회의가 열리면서 한진중공업 방문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관계자는 “이 장관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갔다”며 별다른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민주노총은 17일 부산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연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버스 참가자를 사법처리하면 강경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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