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해고는 사유에 따라 통상해고·징계해고·경영상 해고로 구분된다. 해고가 어느 사유에 의한 경우이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경영상 해고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징계해고는 ‘정당한 이유’를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경영상 해고에서 ‘정당한 이유’는 부득이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측의 경영상의 사정으로 인해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생존권을 박탈당하며, 소수의 근로자가 아니라 다수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에서 징계해고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상 해고는 보다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근로기준법에 경영상 해고 관련 조항이 입법화된 이후 경영상 해고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진보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엄격하게 유지해 왔던 경영상 해고에 관한 4가지 유효요건에 대해 완화된 입장을 보였으며, 특히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보다 폭넓게 해석해 고용의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데 일조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 접한 판결은 기존의 추세와는 조금 달랐다. 특히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요건을 꼼꼼히 따져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그동안 심리적 안전장치 외에 법적 안전장치역할을 하지 못했던 ‘고용안정 합의서’를 인정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고용안정협약 변경할 만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판단

기업의 경영은 언제나 긴장감이 넘치고 긴박하다. 한마디로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경제에서 긴박하지 않은 경영은 없다고 해야 한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매순간이 긴장이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따라서 이 긴박하다는 정도가 어느 수준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은 초기에는 경영상 해고 필요성에 대해 ‘도산 회피설’ 입장을 취해 왔다(대법원 1989.5.23, 87다카2132). 하지만 이후 경영상 필요성을 보다 폭넓게 보는 ‘합리적 필요설’ 또는 ‘감량 경영설’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변경했다(대법원 1991.12.10., 91다8647; 대법원 1993.1.26, 92누3076). 경영상 해고 요건을 진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경영상 해고에 대한 쟁점은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이 아니라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으로 넘어가게 된다. 해고회피 노력, 해고대상자 선정의 기준 등이 주요한 쟁점이 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그동안 진보적 입장이 다소 보수적으로 변경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종전의 도산 회피설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호하거나 경영상 해고 과정에서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고용안정협약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법원은 ‘특별단체교섭 합의서’ 중 ‘인수 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한 약속의 책임을 묻고 있다. 즉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할 때의 경영상 사정과 이후 경영상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체결한 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영상 해고가 단체협약의 대상이 아니고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것이지만 체결된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되지 않는 한 내용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으며, 사용자가 경영상 결단에 의해 스스로 경영상 해고를 제한한 것이므로, 이를 변경하려면 기업의 존폐위기에 처할 심각한 재정적 위기가 도래했다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급격한 경영상 변화가 있는 경우 등 협약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변경이 있지 않는 한 협약은 유효하다”며 민법상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했다.

그동안 고용안정협약과 경영상 해고에 대해서는 경영상 해고가 ‘긴급피난’이론에 근거한 것이므로 고용안정협약이 있더라도 법률상 요건만 합치되면 경영상 해고가 가능하다는 ‘긍정설’과 경영상 긴박한 이유가 명백하게 존재하고 법률상 요구되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면 고용안정협약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해고가 가능하다는 ‘신의칙설’이 인정돼 왔다. 즉, 고용안정협약 자체를 존중해야 하므로 경영상 해고가 불가능하다는 ‘부정설’은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러한 고용안정협약의 효력을 확인한 것으로 ‘부정설’을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 그리고 유연안정성

근로자에게 고용의 안정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것이다. 사용자에게 고용의 유연성은 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상 해고는 이러한 고용의 안정성과 고용의 유연성 사이에서,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와 사용자의 재산권(경영권) 사이에서 규범적인 조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권리가 남용 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근로자의 권리는 해고회피 노력, 대상자 선정기준, 협의 등 경영상 해고의 과정과 절차에서 주로 보호돼 왔다. 즉 절차의 공정성이 주된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부터 재고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고용안정협약서 등 노동조합의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유연안정성’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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