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현

공인노무사

지난 몇 주간 충남 아산에 위치한 유성기업의 노사관계를 다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포차에 의한 뺑소니 사고, 야간노동의 폐해와 주간연속 2교대제, 현대자동차의 개입을 추정하게 하는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 발견, 공격적 직장폐쇄 그리고 경찰력 투입과 대규모 연행 등이다.

어쩌면 여느 사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었던 유성기업의 노사관계는 사측이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 역설적으로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를 통해 주간연속 2교대제의 의미가 뚜렷하게 부각됐다고도 할 수 있고, 동시에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늘 행하는 언행(특히 ‘법과 원칙’)의 실체를 엿볼 수도 있다.

유성기업은 지회가 쟁의행위 요건을 모두 충족한 후 지난 5월18일 2시간의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불과 몇 시간 뒤에 전격적으로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장폐쇄는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의 교섭력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동적·방어적인 수단으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부득이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볼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른바 ‘공격적 직장폐쇄’는 최근 수년간 노조탄압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충남지역에서도 최근 수년간 사용자에 의해 이뤄진 직장폐쇄는 모두 유성기업과 동일한 양태를 취했다. 예컨대 충남 홍성에 위치한 A기업의 경우 A기업지부가 2008년 8월4일 단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했을 뿐인데도 같은해 8월8일부터 10월8일까지 두 달 동안 조합원들에 한정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충남 천안의 B지회는 2008년 6월9일 하루 동안 약 2시간의 부분파업을 한 대가로 그해 6월12일부터 12월10일까지 무려 6개월간 직장폐쇄를 당해야만 했다. 사용자들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개시되자마자 조합원들을 상대로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노조가 지속적인 현장복귀 의사를 보였는데도 위법한 직장폐쇄를 장기간 풀지 않았다.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유성기업은 위법한 직장폐쇄 철회와 조합원들의 일괄복귀를 요구하는 지회에 대해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들만을 선별적으로 복귀시킬 것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사무실에 출입하는 것까지 방해하고 있다.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전후 사정을 꼼꼼히 들여다볼수록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 조직력을 약화·와해시키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조 조직력 와해 의도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공격적 직장폐쇄를 입법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적 직장폐쇄’ 금지나 직장폐쇄 이후 조합원들의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에는 직장폐쇄의 정당성에 대한 법적 제한을 위한 논의나 직장폐쇄의 위법성에 대한 외침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면이 없지 않다. 노동탄압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단지 직장폐쇄의 법적 한계가 지나치게 넓거나 직장폐쇄의 위법성 여부가 모호해서가 아니라 노조 조직력 약화의 기회가 위법성의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직장폐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직장폐쇄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위법성(의 기회)’ 때문에 직장폐쇄를 적극 활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언제나 중요한 것은 노조 조직력과 투쟁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위법성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문제라면 노조의 조직력은 공격적 직장폐쇄 기회(의지) 그 자체를 무력화시키거나 그러한 의지의 실현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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