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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철’ 오명 벗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철도노동자들철도 안전규정 지키기 운동 돌입 … 15일 서울역서 이색콘서트

“국민의 발인 철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철도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지켜 온 철도의 안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고장철·사고철로 불리고 있다.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열차 타기가 무섭다고 말씀 하신다. 열차 안전을 책임지는 철도노동자들의 마음도 한없이 무겁다.” (이영익 철도노조 위원장)

최근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노동자들이 철도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가 주목된다. 철도노조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철도 안전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최근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른 철도의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초래한 사고

이영익 철도노조 위원장은 “전국의 철도노동자들은 열차 안전운행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걱정스럽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009년 4월 5천115명에 달하는 정원을 감축했다. 인력감축은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 등을 통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규정 수칙을 지키고 싶어도 제대로 지켜 가며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용절감과 수익 극대화라는 허준영 사장의 성과주의 경영이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영국과 일본 철도의 사례를 들어 철도 민영화와 성과주의 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조 주최로 열린‘철도 안전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 참석자들이‘안전정비 강화’,‘ 안전인원 충원’이라고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현미기자 ⓒ 매일노동뉴스



영국·일본 사고의 교훈

영국은 존 메이저 총리 시절인 96년 국영철도를 운송과 선로 부문으로 나눠 민간에 매각했다. 철도 운영에 관여하는 회사는 100여개에 달했다. 민영화와 경쟁도입으로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민간기업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후 요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민영화된 지 3년 만인 99년 10월 패딩턴 지역에서 마주 달리던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31명이 사망했다. 사고원인은 운송회사와 선로관리 회사 사이의 신호체계 불일치였다.

일본에서는 2005년 4월 효고현에서 7량의 쾌속열차가 탈선해 전복됐다. 2량이 선로 옆 고층아파트에 충돌했고,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1분 30초’의 운행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기관사가 커브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급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원심력을 견디지 못하고 탈선하면서 발생했다.

거꾸로 가는 정부의 철도정책

문제는 영국과 일본, 그리고 최근 KTX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철도 정책의 방향을 반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산업에 2014년부터 민간업체를 경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KTX 안전사고 후속조치로 엉뚱한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의 ‘철도운영경쟁체제 도입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호남선 KTX가 개통되는 2014년부터 철도산업에 민간업체를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 개통되는 구간에 철도시설 관리·역 운영 등 모든 운영권은 민간회사에 주는 방식으로 코레일과 경쟁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철로 등 각종 시설은 지금처럼 철도시설공단이 관리하면서 철도운영 업체에서 이용료를 받고, 코레일과 민간 철도업체는 경쟁입찰을 통해 30년 이상 단위로 철도 운행권을 따내는 방식이다.

이는 사실상 철도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영국 등 해외사례를 통해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철도 안전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에는 전국에서 3천여명의 철도노동자가 참석했다. 조현미기자 ⓒ 매일노동뉴스



철도노동자 ‘안전규정 지키기 실천’ 결의

철도노조는 최근 코레일과 ‘철도안전특별협의회’를 열고 있다. 송호준 노조 정책실장은 “지난 9일 2차 교섭을 벌였으나 철도안전을 바라보는 관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철도노동자들은 10일 결의대회에서 “안전규정을 반드시 준수하겠다”며 안전규정 지키기 실천운동을 선포했다. 앞으로 노조 조합원들은 △차량 분야 보수품 유용하지 않기 △운전 분야 열차 제동시험 규정 준수 △선로 및 차량 이상개소 발견시 즉시 통보 △전기 분야 작업안전계획서 작성의무자 작성 △열차감시원 반드시 배치 △시설 분야 차단장비 간 거리 및 장비운행속도 준수 등 안전규정 되살리기 실천운동에 들어간다.

철도안전 위해 국회도 나서

철도안전을 위해 국회의원들도 나선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철도사고는 허준영 사장이 부임하면서 예견된 일”이라며 “인력감축과 외주위탁이 철회되지 않는 한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2009년 대체기관사 도입을 반대했지만 편법을 도입해 훈련을 하고 있다”며 “철도안전을 위해 국회와 광장·거리에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철도안전’ 토크콘서트 열린다
시민들과 함께 철도안전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이색콘서트가 열린다.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이 주최하고 김진애 민주당 의원실·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공공교통시민사회노동네트워크(준)가 주관하는 철도안전 지키기 토크콘서트 ‘철이와 메텔을 지켜줘’가 그것이다. 이 콘서트는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다.
이날 콘서트 사회는 개그맨 노정렬씨가 진행한다. 콘서트는 발표자가 무대 위에 올라 5분 발언을 하고 사회자와 토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TX 사고유형 분석해 보니’, ‘이러다간 정말 큰 사고 납니다’, ‘무서워서 철도를 못 타겠어요’, ‘허철도,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보냈나’ 등을 주제로 다양한 발언자가 참석한다. 노동과 시민단체·국회의원이 함께 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 콘서트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현미 기자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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