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3급인 장아무개(남·50)씨가 전남 해남의 ㅅ섬으로 들어온 때는 지난 2001년 3월이었다. 이 섬에 사는 주민들은 대개 김양식이나 전복양식으로 생계를 꾸렸다. 모두 합해야 26세대가 살 정도로 작았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작은 섬은 그러나 장씨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장씨를 고용한 채아무개씨는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운다며 발로 배를 차기도 했고, 일상적으로 욕설을 해댔다.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났는데도 수리해 주지 않아 전기장판으로 연명했다. 이발이나 목욕은 1년에 2~3회, 몸이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은 적은 없었다. 돈이 필요하면 채씨에게 말해 몇 만원씩 받았을 뿐이다. 자유롭게 섬에서 나올 수는 있었지만 받아야 할 돈 때문에,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나오지 못했다. 올해 2월 큰형님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나왔을 때까지 9년여를 그렇게 지냈다. 장씨처럼 지적장애인으로 ㅅ섬에서 일한 이는 모두 4명에 달했다. 폭행과 욕설·임금체불은 다르지 않았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을 고용한 김 양식업자 3명을 지적장애인 금전착취와 폭행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전남도지사와 해당 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는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지도·감독을 권고했고, 체불임금 지급도 함께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한 방송사로 인해 세상에 드러났다. 인권위는 올해 초 이 방송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직권조사를 결정한 뒤 조사를 벌였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내용이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를 해 보니 피해자들은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9년10개월간 고용돼 있으면서 근로계약서는커녕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3명은 퇴직한 뒤에도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 그 금액이 최소 283만9천원, 최대 3천262만1천원이나 됐다.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도 사실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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