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지나가다 사건명이 적힌 기록봉투를 본 이들이 한마디씩 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이 이제 부동산 사건도 하는 거야?"
보통의 경우 위 법률 위반 사건은 토지소유자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즉 개발을 위해 자신의 토지의 형상을 바꾸는 경우 그 토지소유자가 처벌되는 사건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조금 달랐다.

사건 속 땅주인 중 일부는 사인(私人)이었지만, 대부분의 토지는 부산광역시와 해운대구 소유였다. 고발인은 해운대구청장, 피고인은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전(前) 지부장 직무대리였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직무대리로 있던 2010년 8월 부산시 해운대구의 개발제한구역을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깔고 평탄화 작업을 해 토지의 형질을 변경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공소사실로 형사재판을 받은 사람이 처음은 아니었다. 직무대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지부장은 2009년 1월 개발제한구역에다 주차장을 만들어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이 사건의 피고인이 직무대리가 된 것인데 그도 주차장을 확장했다. 마찬가지로 고발과 수사와 기소가 있었고 마침내 그는 법정에 섰다.

궁금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왜 개발제한구역에 주차장을 만들었을까. 형사처벌이 명백한 일이지 않은가. 그들은 말했다. “부산에는 주차장이 없습니다”라고. 그런데 정말 그랬다. 우리나라 화물 컨테이너의 발상지라는 물류도시 부산에 화물차 주차장이 없었다. 재판을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부산에는 3만4천251대의 화물차가 있지만 현존하는 차고지는 1만9천8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정도다. 나머지 화물차 1만4천401대는 돌아갈 집이 없다.

어떤 ‘화물차 홈리스’들은 사설주차장이라 불리는 비싼 주거지를 마련한다. 월 20만원을 내야 가능하지만 벌이가 나은 사람들이 택하는 길이다. 하지만 유가인상에 지입료·보험료·수리비·과적 벌금-예전에는 법인이 내야 할 벌금도 화물차 운전자들이 부담했다-까지 이것저것 내고 나면 하루 15시간을 일해도 한 달에 150만원도 벌지 못하는 평균적인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사설주차장은 그야말로 ‘사치’다.

그래서 다수의 운전노동자들이 그냥 길거리에다 화물차를 세워 놓았다. 운이 따를 경우 ‘밤샘주차’-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등장하는 법률용어다-에 따른 1회 20만원이나 되는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 차고지 절대부족은 부산시도 잘 알고 있는 터라 제대로 단속도 하지 않기 때문에 운은 제법 믿을 만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길가에 세워 둔 화물차로 대형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경위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45조에는 시장이나 구청장이 공영차고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어느 시장, 어느 구청장도 공영차고지를 만들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사람이 죽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과거 국유지로 화물차를 무료로 주차시킬 수 있던 공간을 민자유치를 통해 유료 ‘화물차 휴게소’로 바꾸는 일은 수회 거듭하면서도 공영차고지는 한 군데도 만들지 않았다.

사건은 최근에 끝났다. 개발제한구역 관리를 담당하는 해운대구청 공무원은 고발을 통해 자신의 일을 했다. 부산시 공무원은 문서로는 절대 써 줄 수 없지만 “만들어 놓은 주차장에 당분간 화물차를 그대로 세워도 좋다. 행정대집행은 없을 것이다”고 구두로 선심을 씀으로써 자신의 일을 했다. 검사는 “실형 1년”을 구형해 자신의 일을 했다. 판사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자신의 일을 했다. 나 역시 변호인으로서 내 일을 했다.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하고 편안한 밤을 누린다.

화물차 차고지 부족·밤샘 주차·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진다면 우리 공동체의 누군가는 다시는 편안한 밤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그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일을 했다. 사건의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고 죄인이 됐다. 나는 나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본다. 과연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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