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대상 판례의 경우 법률상 쟁점보다는 계열사를 동원한 노동탄압의 극명한 사례로서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현대미포조선 농성의 배경 - 사용사업주(원청)의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

가. 용인기업(하청)의 위장도급 및 폐업
용인기업은 78년 4월24일 설립돼 25년간 현대미포조선의 ‘내주하청업체’로 운영되면서 선박기관 수리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2003년 1월31일 사실상 현대미포조선의 주도 하에 폐업에 이르게 됐다. 대부분의 용인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76~89년 사이에 입사했으며, 임시공으로 일하다가 현대미포조선이 실시하는 본공 시험에 합격한 뒤 하청업체로 들어오게 됐다. 이들은 기관 수리뿐만 아니라 선박인양·용접 등등의 업무에 동원되는 등 실질적으로 현대미포조선의 지휘·감독 아래 일해 왔다.
용인기업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이 실질적 사용자로서 계속 고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2003년 4월15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으나 각하됐다. 이와 별도로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종업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울산지방법원(2004.5.20. 선고 2003가합987 판결/기각)·부산고등법원(2005.11.9. 선고 2004나9787 판결/기각)에서 패소를 거쳐 대법원(2008.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로 마침내 현대미포조선의 노동자임을 인정받게 됐다.

나. 현대미포조선의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 :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대법원은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피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가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했는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명목상의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 근로관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 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에서 하청업체의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실체를 갖추지 못했던 점에 터 잡아 현대미포조선의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위장도급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인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으며,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불법파견을 포함한 외주화·하청·용역 등 간접고용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인식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2. 현대중공업의 농성지지자 폭행 전말

대법원의 판결에도 현대미포조선은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 등을 수용하지 않았고, 그러던 중 2008년 11월 현대미포조선 노동자가 건물 5층에서 투신하는 일이 발생하며 극한 갈등으로 치달았다. 2008년 12월24일 2명의 노동자는 용인기업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지상 98미터의 연소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2009년 1월14일 울산지역의 노동자 등 농성지지자들은 용인기업사태 해결과 고공 농성자에 대한 식품 공급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며 현수막으로 농성장을 설치한 후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2009년 1월17일 10여명의 농성지지자들이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2009년 1월17일 오후 11시30분경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 대원 70여명은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후 소화기를 뿌리면서 단식농성장에 난입해 시설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농성장 주변에 있던 노동조합 지부의 방송차량 등의 유리창을 부수었으며, 농성지지자들의 물품을 불태우는 등 재물손괴를 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 대원들은 각목·소화기 등을 휴대한 채 농성지지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조승수 의원은 2010년 10월 울산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에 의한 집단테러에 대해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라”고 지적했다. 울산경찰청은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 경비대장을 임의동행해 조사했을 뿐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대상판례는 2010년 1월17일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이 자행한 폭행에 대해 당사자들은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고, 이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 책임에 터 잡은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다.

Ⅱ. 쟁점정리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의 농성에 대해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이 농성지지자들에게 폭행을 행사한 것에 대해 ①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여부 ②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책임 여부를 구분해 판결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해당 판례의 법리적인 쟁점 보다는 도리어 위장도급(간접고용)을 통한 현대미포조선의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 문제에서 비롯돼 현대계열사 간에 산업보안팀(소위 ‘구사대’)을 이용한 노동탄압의 극명한 사례라는 점에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Ⅲ. 판결의 의미

민법은 법인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대해 “대표기관이 직무에 관해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 법인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고,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은 농성지지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현대중공업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해 농성지자들에 대해 손해를 가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인의 불법행위에 터 잡은 청구에 대해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민법 제756조에 터 잡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①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 대원들로부터 직접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로서 정신적인 고통을 입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한 점 ②직접 폭행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폭력행위 당시 산업보안팀의 규모(70여명) 및 그들이 행한 폭력행위의 태양에 비추어 볼 때 공포감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③산업보안팀의 폭력행위는 위법한 자력구제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 ④산업보안팀 대원들의 폭력행위는 외견상 그 사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인정해 현대중공업은 산업보안팀 대원들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각각 300만원 또는 2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Ⅳ. 맺음말

과거부터 소위 구사대를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회사 시설 보호 등의 명목으로 외주 경비용역업체를 통한 탄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만약 경비용역과 노동자 사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제3자 행위에 의한 업무상 재해 신청 및 구상권 행사 등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의 양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당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경찰력의 과도한 개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각종 투쟁현장에서 소위 구사대 또는 경비용역업체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행위에 대해 경찰은 방관을 하거나 그들을 비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바로 반노동자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미포조선이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던 문제, 더 앞서서는 위장도급을 통한 간접고용이 노동현장을 왜곡시키고 있었던 문제에서 비롯된 이 사건의 본질은 사실상 원청 사용자가 계열사의 구사대를 동원해 집단테러를 가함으로서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을 자인한 사건이라는데 더 초점을 두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2011년 현재에도 이러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주]
1)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 ①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사 기타 대표자는 이로 인해 자기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2)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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