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시간제 노동자 보호방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초과근로를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주 40시간 미만을 일하더라도 연장근무에 대해서는 가산수당(통상임금의 50%)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시간제법)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대회의실에서 ‘시간제 근로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간제근로 현황과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입법방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저조한 수준이지만 시간제 근로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며 “그러나 시간제 근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노동자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임시·일용직이어서 일자리 질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제 근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규정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간제 근로에 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 서로 다른 입법목적을 가진 법률에 산재해 있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시간제=비정규직' 아니다"

안 연구위원은 “기간제법에서 시간제 근로자의 권리관계를 함께 규율하고 있어 ‘시간제 근로=비정규 근로’라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시간제 근로자의 법률관계를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단행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제 근로자의 정의를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해 짧은 근로자로 규정해, 단시간 근로자 개념을 시간제 근로자로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근로형태 선택권 보장해야"

그렇다면 시간제법에 담길 내용은 무엇일까. 안 연구위원은 “통상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비례해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도록 하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통상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가 동일한 처우를 보장받되, 근무시간에 비례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간제 근로자의 초과근로도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소정근로시간에 초과한 근로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노동부가 상용직으로 고용한 시간제 직업상담원의 경우 요즘 고용센터의 업무량이 넘쳐 전일제와 다름없는 연장근로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제 근로자에게 통상근로자 전환신청 권한을 부여하고, 통상근로자에게는 거꾸로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 연구위원은 “통상근로자 신규채용시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지원 기회를 부여하고 통상근로자 전환기준과 절차 등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신·육아·간병 △점진적 퇴직 △학업·훈련 △질병의 사유가 있을 때 1년 범위의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수 있도록 시간제법에 명시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이성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근로 활성화에 따른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시간제 근로자의 통상근로자 전환 청구권은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 해고 위험이 있으므로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규정과 연계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반발했다. 김판중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외국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청구는 육아기 노동자에게 제한적으로 주고 있다”며 “청구권의 경우 요청권과 달리 사용자의 재량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간제법 입법목적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시간제법의 입법방향은 여성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 보호가 아니라 상용직의 초과근로를 줄이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시간제 처우개선 방향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방안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시간제법이 제정돼도 시간제 근로자의 처우가 약간 개선되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경준 KDI 연구부장은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하기 위해 시간제법이 필요하다”며 “육아 문제로 노동시장을 떠난 고학력 기혼여성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서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되려면 네덜란드 식 모델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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