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파업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무관리 담당자가 공장에 상주하며 개입했고, 모든 경제단체들과 보수언론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투쟁을 매도했으며,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1천명이 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잠 좀 자고 일하자’라는 소박한 요구에 한국사회 모든 지배계급이 나서 전면전을 하자고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잠시 유성기업부터 살펴보자. 유성기업은 이상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유성기업 매출에서 유성기업이 직접 생산한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의 비중은 절반도 안 되는 42%다. 나머지 58%는 Y&T파워텍·신화정밀·동성금속·유성피엠공업 등 계열사가 만든 제품을 유성기업이 납품해서 얻는 상품 매출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성기업의 이익도 유성기업 자체 문제보다는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유성기업은 2009년에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또한 계열사들의 유성기업을 통한 매출이 줄어들며 발생한 일이다.

유성기업은 계열사 간 납품단가 조정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이익을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 배치한다. 예들 들면 지난해 유성기업은 4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유성기업그룹은 157억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모기업이 적자를 보고 나머지 자회사들이 이익을 얻는 구조는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일부언론은 유성기업이 흑자를 내면 원청인 현대차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세지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연 1조원 이상의 금융수익을 올리는 현대차가 연결재무제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유성기업의 이익구조를 모를 리 없으며, 유성기업도 현대차가 이런 구조를 모르게 하겠다고 기대할 리 없다.

오히려 유성기업이 노린 바는 강한 민주노조가 있는 유성기업에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유성기업에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조를 압박해 한 푼이라도 더 임금을 내리고, 그 내린 임금만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수입을 보충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은 많게는 월 276시간이 넘도록 일한 노동자들도 부지기수였다. 연 3천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이다.

이것이 얼마나 많은 노동시간인지를 자동차 생산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 1천350시간이고, 상대적으로 선진국에서 노동시간이 길다는 일본도 2천72시간에 불과하다.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은 독일 자동차산업 노동자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자동차산업 평균인 2천300시간과 비교해도 700시간이나 많다. 이렇게 일해야 4인가구를 꾸려 갈 돈을 그럭저럭 버는 것인데, 물론 이렇게 십수년을 일하면 본인의 몸은 모두 감가상각돼 너덜너덜해진다.

유성기업그룹은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며 설비투자는 10년 넘게 거의 하지 않았다. 유성기업의 기계장비자산은 2001년 141억원에서 지난해 103억원으로 줄었다. 유성기업은 설비는 노후되도록 방치했지만 이 설비를 이용한 목표 생산량은 매년 높였다. 피스톤링을 기준으로 하면 2001년 목표생산량은 4천986만개였고, 지난해는 6천800만개였다. 노동시간과 강도만 높여서 계속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성기업 자본은 가동률 82~83%를 유지하며 그럭저럭 목표를 맞춰 왔다.

유성기업의 설비수준이 얼마나 노동시간과 강도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는 유성기업과 같은 제품군을 생산하는 일본피스톤링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피스톤링사도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를 생산해 도요타에 납품한다. 그런데 유성기업의 1인당 기계장비액이 일본피스톤링사의 25% 수준에 불과한 데 반해 1인당 매출액은 70%가 넘는다. 즉 그 설비 차이만큼을 노동시간 증가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유성기업은 지회의 요구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를 쓰고 안 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성기업은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당좌자산만 1천억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설비투자와 추가 고용을 통한 노동조건 하락 없는 2교대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여러 방법으로 유성기업그룹이 유성기업 노동자가 만든 부가가치를 이전한 것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와 현대차를 앞세운 자본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고, 현재처럼 자신들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라고 요구했다. 유성기업은 단지 충남 충북의 한 사업장이 아니라 자본이 유지하고자 하는 한국 자본주의 생산의 쇼케이스다.

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다 아름다운 노동을 꿈꾸는 민주노조운동 진영 역시 이제 자본의 대응에 걸맞는 태세로 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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