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야간에 규정을 무시한 채 운행하는 대형화물차에 제동을 거는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1999년 8월 전남 광양읍 덕례리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전모씨(당시 22세)가 앞서가던 트레일러를 추돌,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전씨는 술을 마신 뒤 오토바이를 몰았고, 트레일러 운전사는미등과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전씨 가족들은 뒤따르는 차량에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리지 않은 트레일러 기사의 잘못도 크다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전씨가 음주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행한 잘못이 인정되지만 야간에 미등과 차폭등을 켜지 않은 트레일러가 전씨의 운행에 장애를 준 과실도 있다”고 판결하고 20%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밤중에 대형화물차의 형태를 잘 볼 수 없어 도로변에 세워진 화물차에추돌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차량 총중량이 8t이상이거나 최대 적재중량이 5t이상인 화물차는 뒷면에 반사지를 부착토록 돼있다. 후부(後部)반사지는 야간에 자동차 뒷면의 시인성(視認?)을 높여 추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부착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 당시 전문가들은최소한 150m 떨어진 곳에서도 앞쪽 화물차를 식별할 수 있어 추돌사고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가 지난해 7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서울시내 화물터미널에서 화물차의 후부반사지 부착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대상 1,000대중 277대(27.7%)만이 반사지를 부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후부반사지의 부착률이 저조한 것은 이 기준이 개정된 97년 7월이전에 등록된 차량들의 경우 경과조치에 의해 부착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 이후 출고된 차량들도 단속이 전무한 상황에서 반사지가 떨어져도 다시 붙이지 않고 있다. 반사지를 부착한 차량 가운데서도 상당수는 규격에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사선형 반사지는 대체로 규격에 맞게부착됐지만 사각형 반사지의 경우 길이와 높이, 형광부 테두리 폭 등이 규정의 절반에 불과한 차량이 많았다”고 밝혔다. 일부 차량은 반사지에 먼지와 오물이 잔뜩 붙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당국은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주무부서인건설교통부는 단속 인력이 없고 경찰은 관할 업무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박용훈 대표는 “행정당국이 반사지를 부착하지 않고 운행하는 화물차에대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해서 도입한 제도라면 경과조치를 이유로 부착을 미루는 차량에 대해서도 부착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차량의 측면에도 반사지를 부착할 필요가 있다. 미국·유럽등지에선 화물차의 후부반사지는 물론이고 컨테이너 차량 등 대형화물차의경우 측면에도 반사지를 반드시 부착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부반사지 부착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므로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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