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강사인 A씨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B시의 정보화교육사업 강사로 성실히 근무해 왔다. 형식적으로는 1개월 단위의 계약직이라고 했으나, 말 그대로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를 수차례 작성한 이후에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근무했다.
문제는 A씨가 2007년 7월 출산을 하게 되면서 ‘산전후휴가급여’ 등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시는 A씨가 요구한 산전후휴가를 주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A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고, 1~3개월 단위의 초단기 기간강사를 고용해 시의 정보화교육을 맡겼다. A씨는 고용노동청의 강제명령으로 ‘산전후휴가급여’를 받긴 했으나,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시로부터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이때가 1차 해고다.

그 뒤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으로 A씨는 6개월 만인 2008년 6월 복직했다. 하지만 복직은 쉽지 않았다. B시는 시급으로 임금을 받는 A씨에게 이전보다 3분의 2의 시간만큼만 일할 것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며 “여기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다시 일을 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근무를 하면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시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A씨는 복직 8개월여 만인 2009년 2월 전화로 2차 해고를 당하게 된다.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한 A씨는 민주노총 법률원을 찾아 해고무효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A씨는 5년여의 기간 동안 성실히 근무해 왔으나 출산 후 산전후급여를 요구했다는 이유 하나로 ‘계약만료’를 내세운 B시로부터 해고를 당했고, 그 뒤 3년6개월의 소송 끝에 겨우 복직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A씨는 수많은 고통을 감당해야 했고, B시에 맞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런 일들은 단지 B시만의 일이 아니다. 기간제 노동자·계약직 노동자·여성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할 시청 같은 정부기관이나 학교·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에서 계약해지를 악용하고, ‘초단기 계약직’ 등의 편법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B시는 소송 과정에서 수백 또는 수천만원의 소송비용을 우리가 낸 세금으로 낭비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권리를 해치는 데 막대한 세금이 쓰인 꼴이다.

비정규직이 55%에 육박하고,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 여성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사회에서 마음 편히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를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덧붙이면 A씨는 그 후 다시 계약해지를 통보를 받고 소송을 통해 복직을 기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또 소송을 해야 하는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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