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는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민감한 사안에도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화학노련 임원선거에 출마하면서 스스로 “한 번 맡겨진 일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추진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조직력에서 밀려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원동력도 바로 그 패기인 듯했다. 제약회사 노조위원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화학노련 위원장이 됐다는 김동명(45·사진)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당선된 뒤 “집에 들어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연맹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타임오프제로 노조 고사상태”

김 위원장은 일동제약 출신이다. 94년부터 노조위원장을 맡았으니 올해로 17년째다. 그는 “회사가 1차 부도를 맞은 상황에서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조합원까지 사표를 철회시키고 다시 현장에 복귀하도록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고용이나 노조는 훼손돼서는 안 되는 ‘원칙’이라며 한 말이다. “고용을 위협하거나 노조를 유지하는 활동에 위협하는 시도에는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타임오프제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바로 그 타협할 수 없는 시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전임자임금이 금지되면서 전임자가 줄어드는 것이 직접적 타격이라면 간접적인 타격은 사용자들이 그것을 협상의 무기로 악용한다는 겁니다. 법이 명확하지 않고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노동부나 사용자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노조를 압박하는 측면이 있어요. 전임자임금을 미끼로 다른 쪽에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 거죠. 애초 정부의 입법취지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전임자가 너무 많으니 줄이자는 것인데, 힘센 곳은 (평소대로) 꾸려 가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은 “연맹 소속 사업장 중 200인 미만 사업장이 80% 이상”이라며 “노조가 고사상태”라고 우려했다.

“지금이 마지막 반격기회”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불도저’는 “조직을 흔드는 일에 어려움을 핑계로 후퇴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노조법이 개정된 뒤 조합원들이 사기를 잃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압박이 있을수록 반격이 필요합니다. 수비에 급급하고 움츠러드는 패배의식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반격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기 전에 추스려야 합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결집시켜 반전의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동안 노조가 고전할 겁니다.”

그가 사업장을 찾을 때마다 하는 얘기도 ‘반격’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실망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바꾸자는 얘기를 한다”며 “바꿀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한 발짝이라도 나갈 수 있도록 저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위해서는 총파업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대신 ‘낙선운동’을 실천운동으로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법을 만드는 사람에게 노조를 탄압하거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법을 만들면 차기 총선 때 떨어뜨리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총의 정치실험은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원 몇 명 보낸다고 해서 실익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현장 조합원의 정치의식을 키우는 것이 단순하지만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67년 경기도 안성에서 났다. 89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94년부터 17년째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8일 화학노련 위원장에 당선됐다. 캐치프레이즈는 ‘강력한 화학의 위상을 세우겠습니다’였다. 자신을 “거침없는 성격으로, 자유분방한 것 좋아하고, 격식을 싫어하며 술을 많이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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