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조법은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법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해 노동3권을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하위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내용인 쟁의행위에 대해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법의 구체적인 규정들을 살펴보면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37조 제1항 및 제2항)’, ‘쟁의행위는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되며 쟁의행위의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방법으로서 폭행·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제38조 제1항)’,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제38조 제2항)’,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제41조 제1항)’,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44조 제2항)’,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제45조 제2항)’ 등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시기와 절차, 방법과 태양 면에서 다양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결국 이를 위반하는 쟁의행위는 불법이 되도록 하고 있다.

노조법 제3조의 손해배상청구의 제한 규정(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과 제4조의 정당행위 규정(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해 적용된다)은 모두 ‘정당한 쟁의행위’에 한해만 적용된다고 해석되고 있어서 결국 헌법상의 전면적인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노조법에 의해 사실상 광범위하게 제한되고 말았다.

쟁의행위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노조법 제39조의 구속제한 규정(근로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현행범 외에는 이 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되지 아니한다) 또한 노조법 위반행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노조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으로 쟁의행위 중에 많은 근로자가 구속되고 있다.

본 사건 대상판결 또한 검찰이 금속노조 대한솔루션지회의 쟁의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적용한 사건인데, 노조법의 쟁의행위 관련 규정들 중 제38조(노동조합의 지도와 책임) 제1항(쟁의행위는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되며 쟁의행위의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방법으로서 폭행·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의 해석을 통해 쟁의행위 기간 중 보조수단으로 행해지는 피케팅의 정당성과 한계 및 쟁의행위의 지도와 책임을 가지는 ‘노동조합’의 의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알아보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일탈한 경우로서 본 대상판결에서의 범죄행위가 어떠한 경우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2. 폭력이나 협박 없는 피케팅은 정당

본 사건 대상판결은 대한솔루션 공장 내에서 벌어진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건조물침입 등의 형사상 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한 것으로, 항소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중 피케팅과 관련한 부분을 보면 피고인 중 권○○는 대한솔루션 공장에서 지회조합원 및 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확성기를 통해 노동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집회방송을 하고, 생산공장의 작업공간이 아닌 통로를 순회하면서 파업참가를 호소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는 등의 집회를 했다는 것이다. 쟁의행위 도중 통상 수반되는 파업참가 호소를 위한 집회와 피케팅이 공장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장소는 생산공장 안이기는 하지만 작업공간이 아닌 통로에서 행해졌고, 방식은 폭행·협박·실력저지나 물리적 강제가 동원되지 않은 파업참가 호소 구호를 외쳤다.

상기 사실에 대해 원심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는데, 항소심 법원은 노조법 제38조 제1항에 대한 대법원의 견해인 ‘파업의 보조적 쟁의수단인 피케팅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해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폭행·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 될 수 없다(대법원 1990.10.12. 선고 90도1431 판결)’는 것을 인용하면서 본 사건 피고인 권○○의 행위에 “폭행·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저기나 물리적 강제가 동원됐음을 인정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당한 피케팅의 한계 내에 있는 쟁의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을 파기하고 업무방해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고 이것이 종국적으로 대법원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로 보아 위법성이 조각돼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자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해 확정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국 빈번하게 일어나는 파업기간 중 공장 내 집회나 피케팅 등을 위한 공장순회를 쟁의행위의 보조적 방법으로 인정하고, 폭행·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저기나 물리적 강제가 없는 경우라면 정당성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고 해 피케팅에 대한 정당성과 한계를 구체화했다고 보인다.

한편 본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권○○가 외부 노조원, 금속노조 경기지부 실천단 등을 선동했다며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원심의 판단과 관련해 “당시 금속노조가 교섭의 주체로서 피해자 회사와 교섭하고 쟁의행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피고인이 외부인은 선동·이용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보면서 “모두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했다. 대한솔루션지회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하부조직으로서 산별노조의 간부가 산별노조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집회를 한 것이 “외부인을 선동·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노조법상 정당한 쟁의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그 주체가 돼야 하고,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로서 단체교섭권과 체결권 등이 모두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으며 노조법상 하나의 노동조합이므로 교섭주체인 산별노조 및 산별노조의 간부, 노조원들의 각종 단체를 외부인이 아니라 판단한 항소심 법원의 견해는 산별노조의 법리를 잘 이해하고 이를 형사판결에 반영한 유의미한 판결이다.

3. 쟁의행위와 업무방해죄

대상판결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확정한 부분을 보면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이 생산라인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원자재 및 주요 부품을 생산라인 안쪽으로 이동시켜 생산직 사원들의 작업공간을 봉쇄하고 농성을 한 행위와 휴식시간이 돼 생산장비가 잠시 중단된 틈을 이용해 생산라인의 설비 열쇠를 무단을 빼내고 돌려주지 않아 약 2시간 동안 설비가 가동되지 못하게 한 부분이다. 이를 모두 위력으로 회사의 생산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아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배타적 점거 및 설비 가동 방해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도 본 것이다. 지난 3월17일 2006년 철도파업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2007도482)로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의미를 변경했으나 이는 파업의 양태가 소극적 노무제공의 거부에 한정된 경우에 대한 것으로, 본 대상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된 부분인 적극적으로 비조합원들의 작업공간을 봉쇄하고 농성을 한 행위 및 생산설비의 열쇠를 무단을 빼낸 부분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변경한 법리와 관련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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