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이 24일 오후 경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면서 가뜩이나 경색된 노사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식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완성차업계 이해관계로 인해 노사관계 자율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와 관련해 하반기 노동정책 향방을 이채필 장관 후보자의 강연·인터뷰를 통해 미리 살펴봤다. 이 후보자는 “노사관계가 ‘법치와 자치’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11월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종로포럼 강연에서 이 후보자는 “규정과 원칙에 의거하는 ‘법치’와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자치’, 이 두 가지에 바탕을 둔 상생의 노사관계가 구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사 스스로의 책임하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기조를 MB 정부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성기업의 경우 지난 18일 지회가 파업에 돌입한 뒤 노사가 본격적인 협상을 하기도 전에 경찰력이 투입되면서 노사관계 자율원칙이 무너졌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에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였는데, 정부는 77일간 "노사 간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후보자는 이와 함께 “경영계는 노동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런 차원에서 노사 문제를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된다”며 “정부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유성기업 사태에서 완성차업계의 손실을 경찰력 투입의 명분으로 삼았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노사 문제를 경찰력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노사관계 대안모델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LG전자노조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의 사회적책임(USR)'이 노사관계의 새로운 의제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서울 LG트윈센터에서 열린 노동부와 환경부·LG전자 노사가 개최한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협약식'에서 이 후보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노조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고민이 담겨져 있는 이번 협약의 의미가 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 간 합리적 관계가 설정돼야 한다"며 "그동안 몫을 나누는 분배형 노사관계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몫을 키우는 노사관계로 전환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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