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을 하는 금호개발상사는 금호그룹의 관계회사다. 금호그룹 총수일가가 이 회사 주식의 25%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금호개발상사는 지난 2008년 매출액의 90.1%를 금호그룹 관계사와 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건물관리업체인 대림아이앤에스는 대림그룹 총수 일가가 89.69%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의 82.4%를 관계사에서 벌어들였다.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6.24%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홍기획, 건물관리업을 하는 태광산업 계열의 티알엠, 역시 건물관리업체인 부영의 계열사 남광건설산업,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 등이 지난해 매출액의 90% 이상을 계열사 매출로 충당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24일 ‘38개 재벌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66개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은 평균 44%였고, 전체 매출액 가운데 57%를 관계사와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이 의원은 기업집단 상위 5위인 삼성그룹·현대차그룹·SK그룹·LG그룹·롯데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일수록 관계사 매출 비율이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은 관계사 매출비율이 66%였지만 50% 미만인 기업은 관계사와 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액 비중이 52%였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100%인 회사인 두산 동현엔지니어링·태광 티알엠·GS 코스모앤컴페니는 관계사 매출 비율이 각각 82%·95%·90%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총수일가의 이익을 높이려고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총수일가의 지분이 줄어들면 관계사 매출도 감소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줄어든 20개 기업 중 18개 기업에서 관계사 매출 비중이 하락했다. SK그룹의 리얼네트워크아시아퍼시픽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총수일가가 2006년에 보유지분을 전량 매도했는데, 매각 당시 90%였던 관계사 매출이 이후 10%로 급감했다.
 
이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며 “계열사끼리 매출액 비중이 일정규모를 넘는 기업의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중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자산규모가 100억원 미만이거나 상장되지 않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나 38개 기업집단에서 빠진 재벌그룹사는 제외됐다. 이 의원은 38개 기업집단에 들지 않는 농심그룹이나 한국타이어그룹, 38개 기업집단에 들었지만 계열사가 외감기업이 아니어서 제외된 한진그룹의 유니컨버스 등에서도 높은 비중의 계열사 매출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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