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삼성전자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방사선기계를 사용하며 일한 지 3년 만인 2007년 백혈병에 걸렸고, 지난해 3월 스물셋의 꽃다운 나이에 숨진 박지연씨.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장례식장인 서울성모병원에 모여 침묵시위를 했던 이들에게 법원이 "미신고된 불법시위를 벌였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23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이창형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장례식장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반올림 회원 4명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이아무개씨 등 2명에게는 50만원이 선고됐다.

반올림은 "관혼상제에 관한 집회는 신고의무가 면제돼 불법집회가 아니고, 당시 행동이 해산을 명령하고 체포를 감행할 정도로 위급한 사항이 아니다"며 항소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김씨 등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렬로 장례식장 앞에서 병원 정문까지 함께 걸어간 것은 여러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갖고 일반인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행진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행위이므로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이지 시위가 아니다”며 “당시 준비한 현수막 내용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규탄하는 것이 주를 이뤘으며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이에 대해 “당시 추모제가 해산을 명령하고 체포할 정도였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반올림은 이어 “법을 과잉집행한 것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며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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