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성기업은 뜨꺼웠다. 지난주 파업을 결의하고 18일 오후 2시간 부분파업 돌입 직후 사측의 직장폐쇄, 용역 동원. 그리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반발했고 충돌이 발생했다. 용역이 차량으로 조합원들을 덮쳐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은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하자. 심야노동 철폐하자. 그들이 외치는 구호는 아산 군포를 넘어 이 나라에 울려 퍼졌다.

2.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운동의 위기라는 것은 일부 주체의 위기일 뿐이었다. 노동운동의 주체가 제자릴 잡지 못해서 노동운동은 위기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노동과 자본의 이해는 대립되고 노동자는 여전히 자본에 복종하며 힘겹게 생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체가 흔들리는 걸 운동이 위기라고 했다. 노조간부·활동가 자신의 위기를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뭐라 해도 이 세상의 법질서 아래서는 근로자·근로계약·사용자·회사·주식·소유권 등 개념은 변한 게 없다.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는 변한 게 없다. 그러니 노동자는 언제나 노동자일 뿐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노동운동은 위기일 수가 없다. 운동은 그 목적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성기업 투쟁은 그것을 보여 줬다. 금속노조에, 그리고 민주노총과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보여 줬다. 무엇보다도 위기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보여 줬다.

3. 1987년 이후 이 나라 노동운동은 제조업 금속사업장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전노협·민주금속·현총련·자동차연맹, 그리고 금속연맹은 누가 뭐라 해도 이 나라 노동운동의 선진적 부분이었다. 그리고 2001년 2월 금속노조가 출범했다. 2006년 12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까지 통합돼 금속노조가 새롭게 출범했다. 기업별노조들의 협의체에서 그 연합체, 그리고 하나의 단위노조로 조직결합력이 강화됐다. 그런데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의 열기는 더욱 높아지지 않았다. 분명 조직은 어느 때보다도 강화됐는데 조합원의 투쟁의 열기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별일이었다.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온 것인데도 어찌된 일인지 하나된 금속노조의 투쟁이 무엇이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멀리 되돌아가서 살펴볼 필요도 없다. 직전 금속연맹의 투쟁을 보자. 연합체이기 때문에 지금 금속노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맹비를 가지고 조직을 운영했다. 교섭체결권은 기업노조 위원장에게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요구를 내걸고 전체 사업장 조합원들을 하나로 투쟁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면 그때 금속연맹의 투쟁은 지금 금속노조의 투쟁보다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기여한 바가 적었던 것일까. 구조조정 저지투쟁·주 40시간 투쟁, 그리고 산별노조로 전환사업 등을 전개했다. 그렇다고 필자가 금속연맹의 투쟁이 훌륭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금속노조를 살펴보기 위해 그보다 조직적으로 열악했던, 그리고 금속노조가 극복하고자 했던 비판했던 금속연맹의 투쟁을 언급했을 뿐이다. 주 40시간 노동시간단축 투쟁은 금속연맹이 제기했다. 2박3일 상경투쟁 등 선도적으로 투쟁했고, 마침내 전체 노동자의 권리로 쟁취했다. 연합단체로서 금속연맹이 이러했다면 단위노조로서 금속노조는 조합원과 이 나라 전체 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해 수많은 새로운 요구를 내걸고 선도적으로 투쟁했어야 했다. 그런데 왜 그런지 그렇지 않았다. 교섭체결권·쟁의권을 갖지 못했던 금속연맹은 기업별노조에 교섭권을 연맹에 위임하도록 해서 시기집중식으로 투쟁해야 했다. 반면에 금속노조는 위원장이 교섭체결권을 갖고 있으므로 얼마든지 요구하고 투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4. 금속노조는 출범 직후부터 산별교섭체계 확립을 주된 과제로 설정했다. 기업별교섭체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본협약과 중앙교섭합의서(2009년부터는 산별중앙협약)라는 산별중앙교섭요구를 금속노조의 요구로 하고 금속사용자단체의 결성을 주된 요구로 했다. 나머지는 지부교섭·사업장 보충교섭 사항이 됐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산별교섭틀 마련을 주된 과제로 설정했으므로 산별중앙교섭 요구는 높은 수준을 설정할 수 없었다. 금속노조 활동에 대한 사항들과 조합원 권리에 관한 기본 사항들로 채워졌다. 산별중앙교섭 요구는 산별교섭체계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고 그 자리에서 교섭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조합원의 권리 확보를 위한 수준 높은 요구는 포함될 수 없었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포함되면 사용자들은 부담을 가질 것이고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요구는 낮으면 낮을수록 합리적인 요구가 돼 버렸다. 문제는 금속노조에선 산별중앙교섭 요구가 금속노조 차원의 요구로 파악돼 그것을 위해 집중해서 투쟁했다는 것이다. 지부교섭·사업장 보충교섭은 해당 지부·사업장이 중심이 돼서 전개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 조합원의 권리 확보는 사업장 보충교섭에 맡겨져 버렸다. 기업지부의 경우 규약상 기업지부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었음에도 교섭은 실제로는 금속노조 임원을 끼워넣는 게 금속노조에서 행해졌다. 그리고 조합원은 여전히 사업장 교섭에서 자신의 권리를 확보한다. 이렇게 금속노조는 10년을 보냈다. 산별교섭 쟁취를 내걸고. 그러나 그 구호는 직접 조합원의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의 구호가 아니었다. 산별교섭체계 확립을 주된 과제로 설정한 것이 금속노조가 조합원과 이 나라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권리 목록을 내걸고 선도적 투쟁을 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오늘 유성기업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이 전개됐다.

5. 금속노조 2011년 산별공동요구라는 중앙교섭의 요구로 최저임금·복수노조 교섭권 확보·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발암물질 요구·주간연속 2교대제 등 5가지를 내세웠고, 중앙교섭 불참사업장의 통일요구안으로 사용자단체 가입을 포함했다. 과거처럼 산별교섭 틀에 매몰되지 않아 다행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성기업에서 투쟁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산별공동요구로 제출돼 있다는 게 다행으로 보인다. 유성기업처럼 주간연속 2교대제를 걸고, 앞으로 금속노조 전체의 치열한 투쟁이 전개될 것인가. 그 투쟁으로 주야맞교대의 상시적 야간근로를 철폐하게 될 것인가.
그런데 요구는 “회사는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 철폐를 위해 실노동시간 단축과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을 추진한다”, “회사는 교대제 변경시 생활임금과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라서 의문이 든다. '추진'이라면 그 개념이 '실시'와는 다르다. 그리고 기존 임금의 보전에 관해 금속노조는 “생활임금 … (중략) … 보장”으로 뭉개져 있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종(완성차지부) 요구에는 “회사는 … (중략) …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교대제 변경을 실시한다.”, “회사는 주야맞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 (중략) … 8+8을 노동시간으로 한다.”, “교대제 변경이 될 경우 생활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고정월급제를 실시한다” 등을 요구했다. 이와 비교해 살펴보면 산별공동요구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위와 같은 의문을 강화시켜 의문을 넘어 그렇게 이해되게 만든다. 따라서 유성기업지회의 이번 투쟁은 요구가 아니라 2009년 지회가 확보한 합의수준일 수 있다. 그렇다면 유성기업지회의 투쟁이 금속노조 차원의 투쟁으로 전체 사업장에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완성차지부만의 투쟁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고 그것도 기존 임금삭감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생활임금·고정월급제 등의 표현으로 뭉개져 있다는 점에서 자칫 조합원들 사이에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요구안에 대한 고민이 '생활임금'·'고정월급제'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간부의 이 고민이 결국 조합원들을 갈등하게 한다. 임금총액의 저하를 감수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은 둘로 갈라진다. 얼마 전 현대차에선 준비시간·교육시간 등을 줄여 기존 생산물량을 맞춰 주고 기존 임금을 지급받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노동강도를 20% 이상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동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힘들게 일할지 그나마 기존대로 일할지 갈등에 빠지고 만다. 이런 것을 노조 파업의 요구로 하면 그건 노동자의 일부를 대오에서 이탈시킨다. 상시적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를 철폐하라고 요구하면 된다. 대신 임금손실을 감수하겠다, 노동강도를 높이겠다는 건 조합원의 권리 확보를 위한 단체교섭 요구가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 그건 사용자와의 교환 내지 거래일 뿐이다.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요구로 노동자는 단결해 투쟁할 수 있다. 노동자의 욕망을 숨기지 마라. 주간에 주 40시간 일하고 적어도 지금 받고 있는 임금을 받아 보자. 이게 이 나라에서 금속 등 주야맞교대 사업장 노동자들의 욕망이다. 귀족이라고 비난받는 노동자라도 쟁취하고픈 욕망이다. 노조는 이 욕망을 권리로 확보하기 위해 조직하고 요구하고 투쟁하면 된다. 간부가 노동자의 욕망을 두려워하면 노동자는 사용자에 움츠러든다.
사실 노동자가 일생의 절반을 야간노동하도록 주야교대제 협약을 체결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건 노동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노동자를 공장에 가두고 노동을 강제하는 형벌, 징역형이다. 두려워하거나 움츠릴 것이 아니다.

6. 노동운동은 조합원의 욕망을 요구하고, 권리로 확보하는 운동이다. 그 요구로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면 안 된다. 금속노조의 요구는 조합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조합원이 투쟁하게 해야 한다. 사업장 보충협약에 맡겨 버린다면 조합원들은 자신의 권리는 금속노조가 확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지부·지회 등이 확보해 주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조합원은 묻게 된다. 조합비만 챙겨 가고 해 주는 게 뭐 있냐고. 그 다음엔 금속노조 해 봐야 별 볼일 없다고 묻는다. 마지막으론 탈퇴하자는 자들의 말에 현혹돼 수십 년 이 나라 노동운동의 조직적 성과는 무너지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체의 위기는 노동운동의 위기로 전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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