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이후 지난 40년간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시기는 세 번이다. 첫 번째는 1980년이다. 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세계경제가 크게 위기를 겪던 때였다. 두 번째는 98년이다. 미국 주식시장 성장이 주춤해지며 반주변부 국가로 이동한 국제 투기자본이 동아시아와 남미에서 도미노 외환위기를 일으키던 시기였다. 세 번째는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3분기까지다.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에 이은 세계금융위기 시기였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은 대동소이했다. 경제위기 시기에 있었던 전두환·김대중·이명박 정권은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재벌에 대한 전략적 지원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했다.

79년 부마항쟁 이후 몰락한 박정희 정권을 대체한 전두환 정권은 80년 5월 광주 학살을 자행하며 향후 그 어떠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세상에 분명히 알렸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노조법 개악을 통해 노조를 통제했고, 80년 10월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방안을 통해 재벌들에 대한 지원과 산업별 독점권 조정을 진행했다. 전두환 정권의 개악 노조법은 노조 간 연대를 불법화한 것은 물론 사실상 노조 설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방안을 통해서는 승용차는 현대·대우, 상용차는 기아, 전자교환기는 금성반도체가 대한통신을 인수합병한다는 식으로 독점재벌의 사업권과 인수합병 대상을 선정해 줬다.

막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뒤따랐다. 그리고 뒤이어 81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제일은행·서울신탁은행·조흥은행 등을 차례로 민영화했고, 83년에는 외국인 투자품목을 대폭 늘리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전두환 정권은 이른바 '3대 부정적 심리 추방운동'이라는 것을 벌이기도 했는데, 물가 오름세 심리 추방 운동(요즘 말로 하면 인플레이션 심리)이 그 중심이었다. 유가 급등으로 80년과 8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어선 것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심리’를 추방하자는 것이었고, 당연히 물가인상 심리를 부추기는 것으로 지목된 것 중 하나는 정부 통제가 가장 손쉬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었다. 정부는 연일 임금 억제를 이야기하며 81년에는 국가 차원의 임금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물가인상을 노동자들이 모두 짊어지라는 것이었다.

사실 물가억제·시장개방·은행민영화·노조 탄압 등 전두환 정권 집권 이후 시행한 핵심 정책들은 모두 79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의 핵심 의제들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아직 신자유주의 정책 의제들이 세계적으로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가장 빠르게 미국식 신자유주의 개혁을 받아들인 정권이었던 셈이다.

재벌 지원·규제 철폐·노동탄압으로 구성된 전두환 정권의 경제위기 정책은 이후 위기에서도 그 형태만 바뀌어 반복된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은 17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조성해 재벌들의 빚을 털어 줬고, 모든 시중은행을 외국인들에게 팔았으며 공공부문 핵심 기업들을 민영화했다. 당선 이후 정리해고제·파견근로제·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해 노동시장 규제 대부분을 해제했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 김영삼 정부보다도 많은 9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을 구속했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의 경제위기 대응 역시 한 치도 다르지 않고 같았다. 정부는 8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으로 건설사들의 미분양아파트를 지원했고, 법인세 감면을 통해 5조원이 넘는 세금 혜택을 재벌 대기업들에게 선사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구입 지원 등 재벌 대기업의 제품에 대한 간접적 지원 액수는 정확한 측정도 불가능할 정도다. 물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한 치의 배려도 없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을 경찰력 투입으로 짓밟았고, 이후에도 발레오만도·KEC·철도·발전 등 민주노조 운동의 중요한 거점을 차례로 탄압했다. 전두환 정권과 같이 대놓고 임금을 통제하지는 않았지만 노조 탄압과 공공부문 임금동결로 사실상 임금삭감을 주도했다.

지난 역사를 보면 정권은 군부에서 민간으로 바뀌었고, 여야 교체도 두 번이나 있었지만 실상 경제위기 시기마다 이들 정권이 취한 태도는 언제나 비슷했다.

이번주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주간이다. 광주에서 해방을 위해 군부독재정권과 싸웠던 시민들의 염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주에서 해방으로 민중진군 31년,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다시 한 번 들불처럼 일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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