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가 환갑이 지났어요. 이 나이에 성희롱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쫓아다닌 것도 정말 힘들었는데, 단지 성희롱 관리소장을 진정했다는 이유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쫓아내다니요. 제 인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18일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만난 이계주(62·사)씨는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다. 이씨는 지난 2001년부터 과천청사에서 청소를 했다. 이달 16일자로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으로 가라는 전보인사가 나기 전까지 10년4개월을 과천청사의 바닥을 쓸고 변기를 닦았다. 이씨는 "지난해 참다참다 관리소장을 성희롱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는데 새 소장이 부임하면서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며 "부당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인권위를 찾아간 것은 지난해 6월이었지만 성희롱 문제는 몇 년 동안 쌓이고 쌓인 것이 곪아터진 것이었다.
"전 소장이 육군 중령 출신인데 술만 먹으면 인사불성이 된다는 소문이 자자했어요. 말도 워낙 험해서 남몰래 마음고생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많았어요."

올해 2월 인권위는 이씨의 진정을 받아들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송아무개 전 소장은 2008년 말 한 노조원을 불러 술을 먹고 노래방에 가서 가슴을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밀착시키는 등 추행을 했다. 이씨는 "2009년 6월 피해자가 노조간부(재향군인회 S&S사업본부노조 과천청사지부장)를 맡고 있는 나를 찾아와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청소용역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내부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이씨도 똑같은 피해를 당했다.

"함께 술을 먹고 나서 노래방에 갔는데 '오줌이 마렵다'고 계속 말하고 '마누라를 때려서 두 달째 그 일을 못하고 있다'면서 성희롱을 하더군요."

이씨 외에도 피해자는 더 있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조사한 후 송 전 소장을 성희롱 피해자로부터 분리배치(인사조치)하라고 주문했고, 회사는 이를 따랐다. 그런데 올해 새로 소장이 부임하면서 이씨에게 무언의 압박이 쏟아졌다. 이씨는 "새로 온 소장이 본사 유력인사의 낙하산 인사"라며 "지하철역사로 가라는 전보 발령은 인권위에서 진정인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기 때문에 나를 쫓아내기 위한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다 지하철 역사로 발령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 소장에게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을 때 피해노동자가 꽃뱀이라고 오히려 협박했었다"며 "연봉 1천만원의 나 같은 피라미를 잡으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해고를 각오하고 이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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