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 내장사를 찾았다. 불자는 아니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인근 사찰에 가서 연등을 켜고 불교문화를 즐겨 오던 터라 이번에는 내장사를 찾아 불상에 하심(절)을 했다.

사찰에 가는 도중 평소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내장산 장승배기를 넘어가자 잔디정원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었다. 오월의 푸르름이 봄을 즐기려는 인파와 어우러져 자연의 건강한 자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해맑은 그들의 얼굴에서 평화로움과 행복감이 묻어났다.

이날 불기 2천555주년을 맞아 조계사에서는 봉축법요식이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우리는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이웃이며 동반자다. 부처님의 자비 속에서 모두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상생하는 대승적 화해의 길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봉축사의 대목 하나하나를 힘주어 낭독했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자승 스님의 봉축사에 이은 종정 법정 스님의 법어를 듣고 깨달음이 많았다.

국회의 어이없는 특혜성 법률 개정

필자는 올해 2월에 발족한 ‘국립공원 내장산 찾기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음에도 공원입장료 형식의 사찰문화재관람료가 여전히 부당하게 징수되고 있다. 매년 기준 없이 가파르게 오르는 사찰문화재관람료의 원칙 없는 인상과 장애인 사찰문화재관람료 면제대상 축소, 불교신도와 일반입장객의 차별 징수 등 이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찰문화재관람료 징수방법 개선을 정부와 불교 종단, 사찰측에 요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책위원회 구성 이후 내장사 사찰측에 대화를 제의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참여단체가 모여 사찰문화재관람료 징수방법 개선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3월11일 어이없게도 국회는 사찰문화재가 있는 자연공원 안에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지정해 사찰이 입장객에게 입장료를 징수하게 하고, 국가가 사찰환경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불교의 의식(儀式), 승려의 수행 및 생활과 신도의 교화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 및 그 부대시설의 신축·증축·개축·재축·이축 행위와 공원관리청이 자연공원에서 생태체험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민이 자연공원을 자유롭게 입장할 권리를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찾고자 했던 대책위로서는 뜻밖에 복병을 만난 셈이었다. 이에 대책위는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정과 입장요금 결정에 이해당사자인 국민이 참여할 수 없고 자연공원의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사찰경내지 건축행위 허용, 국민조세의 이중적 부담이 우려되는 자연공원법 악법조항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찰 재산권은 존중, 국민 이해도 반영해야

사찰의 사유재산권 행사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자연공원 안의 사찰소유부동산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로부터 양여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또 전국의 많은 사유재산이 자연환경보존을 위해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찰의 개발을 허용한 자연공원법 개정법률안은 국민의 정서와 거리가 먼 특혜성 법률개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온 누리에 퍼지는 세상,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별이 없는 세상을 추구하고 상생의 진리를 설파하는 불교 종단과 사찰이 국민의 주권이 무시된 특혜를 덥석 받을 리는 만무하겠지만, 국회가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준조세권을 사찰에 줘 국민의 생활을 지배하는 권력화된 종교집단이라는 굴레를 씌우려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3월11일 개악된 자연공원법 관련조항을 폐기해 사찰의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자연공원은 그것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모든 생물의 소유다. 그래서 더 가치 있고 소중하게 보존돼야 한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진리가 모든 이에게 깨달음으로 나타났으면 한다. 필자의 걱정이 제발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다시금 궐기대회 현장에 나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