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를 당한 자는 헌법재판소에 그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른바 헌법소원 제도다. 헌법재판소는 시대의 헌법정신을 반영해 왔다. 그렇기에 정치적 판단에 치우친다는 비판이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87년 설립 이래 시민의 기본권 보장에 커다란 기여를 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 노동3권 분야에서도 드물지만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노조의 정치활동 자유를 인정했고, 지난해 단체행동권 보장 차원에서 업무방해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판소의 태도는 현장 조합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헌법재판소에 창구단일화 강제(노조법 제29조의2)의 위헌 여부를 묻고자 한다. 창구단일화 강제는 너무나 명확한 국가에 의한 노동3권 침해라는 취지다. 약 7주 후면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되지만 혼란은 멈추지 않고 있다. 요컨대 “2011년 7월1일 사업 및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시행된다”는 말은 거짓이다. “창구단일화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예상되는 경영상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복수노조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창구단일화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라는 말 또한 비논리다.

창구단일화는 온전히 사용자를 대변하는 제도다. 창구단일화의 핵심은 과반수 노조 확정 절차다. 교섭대표노조 선정을 위해 조합원수 확인은 필수전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노조는 사용자에게 조합원 명부를 고스란히 공개해야 한다. 분쟁이라도 생긴다면 조합비 납부 내역 또한 밝혀야 한다. 조합 내부 운영의 핵심을 사용자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 같은 국면을 조장하고자 하는 사용자가 등장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복잡한 절차 규정에도 동일한 비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조는 사용자가 한 공고기간 7일 내에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 강제규정이다. 기간을 놓치거나 응하지 않으면 조합원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영영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 향후 단체행동도 물론 금지된다.
모두가 사용자 편의 규정들인 것이다. 게다가 노동위원회가 가끔씩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구단일화 덕분에 노조 운영은 사용자의 의사나 노동위의 판단이 필수전제가 된 꼴이다. 희한한 일이다. 자주가 노조의 생명이라는 교과서는 더 이상 그 의미를 잃었다.

무엇보다 영세·중소 노조가 이와 같은 제도를 제대로 숙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장 노조의 90% 이상은 300인 미만의 영세·중소 노조다. 방대한 양의 창구단일화와 이의절차를 이해하고 꼼꼼히 챙긴다는 것은 사실상 역량 부족이다. 이들은 타임오프 광풍으로 이미 노조운영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 “법을 모르면 노조 활동 자체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과거 이들은 노조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하고서도 노동3권을 누려 왔다. 그러나 앞으로 노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나 노무사 정도는 간부로 채용해야 할 지경이다. 변호사인 필자도 창구단일화 제도 숙지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결국 변종의 창구단일화로 이들은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던 것들에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복수노조 시행에서 오는 혼란 방지” 차원이란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혼란 발생이 분명하더라도 그 혼란 방지 비용을 노조와 조합원에게 전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부의 논리는 적어도 기존 노조가 기존 제도로 이익을 누려 왔어야 한다. 타 노조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막았거나 반사 이익을 누려 왔다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어떤가. 2000년 대법원 판결은 초기업별 단위노조의 설립을 인정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반노조형태는 자유롭게 설립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대기업 사업장에 비해 단연 300인 미만 현장에서 흔한 모습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이미 이들 현장에서는 10년 이상 실질적인 복수노조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부가 우려하는 '혼란'은 없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혼란으로 경영이 불가능했다면 법원에서 아예 복수노조 설립을 허락하지 않았거나 창구단일화 제도도 도입됐을 것이다.

정부와 입법자도 이 같은 노조 현실을 알고 있을까.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제도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숨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제도를 마치 기성 노조들도 원하는 양 흘리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진실은 명백해지고 있다. 정부의 의도가 꼼수임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중앙법률원은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창구단일화에 관한 의견을 많이 청취해 왔다. 위 글은 바로 현장 노조에서 밝힌 내용들 중 일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