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돌려막기의 진수’를 보여준 지난 주 박재완 경제팀 개각을 놓고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각으로 논평했다.(7일 사설)

한겨레는 <재보선 민심과 동떨어진 ‘면피용 개각’>이라고, 조선일보는 <뜻밖의 경제팀장, 민심 또 거스를 뻔한 측근 인사설>이라고 제목만 보면 서로 정반대로 보인다. 한겨레 사설 제목은 이번 인사를 ‘민심과 동떨어졌다’고 평하고, 조선일보는 ‘민심 또 거스를 뻔한 인사’였다고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박재완 경제팀을 평하는 사설의 내용은 서로 비슷하다. 한겨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경제정책을 총괄해본 경험도 없다”고 혹평했다. 조선일보도 박 내정자를 두고 “대학에서 뼈가 굵어 과연 관료집단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가 우선 걱정”이라고 했다.

매경은 같은 날 사설에서 박 내정자를 “학식이 뛰어난 재무 관료 출신”이라고 두 신문과 사뭇 다르게 평했다. 앞서 두 신문은 박 내정자의 경제관료 경험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데 반해 매경은 “뛰어난 재무 관료출신”이라고 읊었다.

박 내정자는 대학 졸업 뒤 1년간 민간회사 근무 후 79년 행정고시 합격하고 83년부터 92년까지 감사원 부감사관 자리에 적을 두었지만 실제론 86년부터 92년까지 하버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학위를 받고 돌아와 92~94년까지 2년 남짓 재무부에서 사무관 생활한 게 경제관료 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94년 서기관으로 승진하고 김영삼 정권의 청와대로 들어갔다가 나온 뒤엔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이런 인물을 ‘뛰어난 재무 관료출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박재완 경제팀을 평한 중앙일보 사설(7일)은 수출 제조기업을 쥐어짜지 말고 서비스업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치솟는 물가도 기업을 압박하는 대증요법에서 벗어나 금리와 환율까지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정공법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왜 중앙일보가 사설에서 이런 주문을 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소아마비 앓고 독학 … 정통 노동행정 관료’(한겨레 7일 2면)라는 미담기사로 소개됐던 이채필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같은 신문에서 나흘 뒤 ‘인사청탁 금품수수 의혹’으로 1면 톱기사로 표변했다.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선진적으로 받아들인 민영화의 천국 일본은 방사능 오염 때문에 총리가 나서 원전중단을 요구했지만 민영 전력회사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총리의 발언조차 ‘지시’가 아니라 ‘요청’이란 형식을 띠는 일본 주부전력은 “원전을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2천500억엔(약 3조4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장사치의 변모를 드러냈다. 이 나라가 66년 전 지구에서 가장 혹심한 원자력 피해를 입은 그 나라 맞는지.

인권운동사랑방 등은 오는 19일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15회 서울인권영화제를 연다. 상영작만 30편이 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나와 당신의 ‘거리’>를 앞세우고 ‘소통하자’고 말한다. 단절을 뛰어넘는 소통을 이룰 공간으로 여러 ‘거리’를 내세운다. 20일엔 노동이 고스란히 묻어 난 ‘이상한 나라의 서비스’와 청소노동을 담은 ‘잔인한 계절’을 볼 수 있다. 인권영화제 어렵사리 끌고 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영비법) 개정투쟁도 곁눈질할 소중한 자리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 나온 다큐영화 ‘트루맛쇼’는 방송사 맛집 소개에 얽힌 더럽고 어두운 이야기를 들췄다.(중앙일보 9일 2면) 이 영화의 감독은 ‘몰카’라는 방송사의 전형적 수법을 그대로 앙갚음했지만, 권력을 쥐 지상파 방송사는 “법적 대응을 하네, 소송을 하네”라며 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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