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31일, 용인기업이 폐업되면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현대미포조선의 30명의 노동자들(그중 두 사람은 이미 정년이 돼 결국 복직하지 못했다)은 6년이 넘은 2009년 8월 회사에 복직했다. 이젠 늙은 노동자가 됐고, 30명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었다. 현대미포조선에서 길게는 25년 가까이 일했음에도 하청업체 폐업을 이유로 해고됐다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6년 만에 복직을 하게 됐으니 지난 시간의 감회가 깊을 것이다.

도급으로 위장을 했지만 실제 사용자는 현대미포조선이었고 하청업체인 용인기업은 실체도 불분명한 그야 말로 임금이나 분배하는 곳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이 부당한 해고를 한 것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울산지방법원 1심과 부산고등법원 2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2008년 7월10일 대법원은 아래 내용과 같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용인기업이 아니라 현대미포조선이고, 해고가 부당하며 여전히 현대미포조선의 근로자 지위가 있음을 확인했다. 해고된 지 5년6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음에도 회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기환송심인 부산고등법원에서 다시 이를 뒤집겠다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고 각종 증거를 신청하기도 했다.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이렇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난 뒤에도 또다시 재판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또 다른 복직투쟁을 거쳐 그 일로 동지들이 구속되는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복직이 되는 고생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해고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사건에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2년이 경과한 시점에는 현대자동차에 고용된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한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에는 항상 파기해 항소심 법원으로 내려보내고 직접 판결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났다는 점은 다르지 않고 이는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다면서 파기환송심 결과를 봐야 한다고 했다가, 부당해고라는 동일한 결론이 내려지자 이번에는 대법원에 재상고를 하고 확정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그것도 2년이 지나면 원청회사에 직접고용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겠다면서 아산공장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에도 보도가 됐지만 곧 헌법재판소 부설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으로 갈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 모 원로교수의 의견서(위헌이라는 의견)까지 받아 제출했다. 계류 중인 헌법재판소 사건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현대자동차와 그 대리인인 김앤장이 몰랐을까.

지난해 7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그 취지는 누구보다도 현대자동차가 잘 알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과 한국사회의 사법제도가 현대자동차의 힘 아래 있다고 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힘으로 이를 좌지우지할 생각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고용노동부는 자신들이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을 검찰 공안부가 뒤집었고, 이제 그것이 잘못됐고 노동부의 당시 판단이 옳았다고 대법원이 손을 들어줬는데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다. 지금 당장 현대자동차 관련부서와 하청업체에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엄정한 조사를 해야 하는데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노조 쪽에만 수배와 구속의 칼을 들이대는 검찰도 있으니 현대자동차가 그리 생각할 만도 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자 그 이행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당사자 원고는 지금 수배 중이라고 한다.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도 어렵지만, 판결을 받고서도 복직은 투쟁 없인 어렵다. 일을 할 때는 임금이나 각종 노동조건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해고를 당할 때도 남의 손을 통해 해고가 아니라 폐업이라는 이름으로, 대법원까지 가서 이겨도 복직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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