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거대한 실험을 펼치고 있다.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고, 민주노총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지원을 펼쳐 첫 정권교체를 이뤘다. 정권교체는 공동지방정부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도 활력이 넘친다. 공동지방정부의 ‘총화’인 민주도정협의회에 함께하고 있고, 도에서 추진하는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비정규직센터)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센터는 지난 3월 조례가 제정돼 추진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를 지원해 센터를 세우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경남본부는 이달 6일부터 시작된 도의 위탁사업자 모집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선거지원은 조직화 성과로 나타났다. 3천여명인 경상남도 무기계약직 중 무려 1천여명이 경남본부 일반노조에 가입했다. 2년 일하나 20년 일하나 똑같던 이들의 월급도 호봉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림자동차 해고자들이 세운 사회적기업은 경남도청의 구내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한다. 경남본부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자치단체의 청소용역을 도맡아 할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중간착취와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야무진 기획이다.

경남본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대부분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 만하다. 지난 2일 오후 <매일노동뉴스>가 김천욱(50·사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을 경남 창원에 있는 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 민주도정협의회가 설립 초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나라당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많은 지역단체들이 협의회에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다 못 들어가는 한계가 있었죠.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반대였죠. 협의회를 조례가 아니라 훈령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 협의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누가 얘기를 주도하나요.
“각계에서 다양한 의제를 제기합니다. 주로 도정에 관련된 사업과 거기에 대한 의견을 보고받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바꿔야겠다고 하는 부분을 의제로 올립니다. 그러면 실행위원회가 이를 검토해 안건으로 채택해 처리합니다.”

- 협의회에서 노동의제가 제안되고 논의됩니까.
“아직 노동 문제까지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 협의회에서 왜 노동현안이 논의되지 않는 건가요.
“다른 통로로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고, 노동 문제는 시민단체 눈으로 보면 일부의 문제일 수 있잖아요. 앞으로 도정협의회에서 노동 문제를 좀 더 부각시켜 논의할 예정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요구를 하면, 나중에 실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도지사가 사업 전반에 대해 리더십을 세워야 합니다. 협의회도 이를 보장해 줘야죠.”

- 협의회 설치근거가 훈령에 있는데요. 조례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나요.
“그랬죠. 김태호 지사가 있을 때도 비슷한 조직이 있었거든요.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그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지사가 바뀌니까 반대하는 거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 의회가 자문기구 설치를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한나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협의회 설치를 논의하는 것 자체도 의회에서 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별도의 사조직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요.”

- 민주노총 차원에서 도정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 아닌가요.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행정능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어요. 김두관 지사는 경험이 있는데, 협의회 결합단체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세밀하게 잡아내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도 사업과 관련한 부분을 속속들이 확인하고, 공약을 어떻게 실행할지 고민을 구체화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나 상태입니다. 좀 더 노력해서 만들어 가야죠.”

- 경남 비정규직센터와 관련해 어떤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의회에서 2억원의 예산을 확정했습니다. 처음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민주노총에는 주지 않아야 한다는 문항까지 조례에 넣자고 우겼을 정도니까요. 다행히 잘 조율돼 예산이 통과됐습니다.”

- 도의 위탁을 받는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사업이 뭡니까.
“(사업 시작이) 생각보다 늦어졌어요. 3월에 위탁사업이 확정되고 인원을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선발된 인원들은 적어도 3개월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집중교육에 센터가 설립될 김해·양산·진해·거제·창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하는 거죠. 선발된 동지들이 지역을 알아야 하거든요. 교육과 실태조사를 하고 그 뒤 분석까지 마치고 나서 7월부터 사업을 전개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본부가 있는 창원을 제외하고 4군데 거점에 지원센터가 들어갈 장소가 필요합니다. 지자체와 협의해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임금은 장소가 확보되더라도 150만원 수준밖에 안 됩니다. 조례로 근거를 마련했으니까 추경예산을 통해 좀 더 확보하고 지역도 4군데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처음이라 책임감도 큽니다. 잘못되면 안 되죠.”

- 무기계약직 호봉제를 도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1천명 정도가 (노조 조합원으로) 조직됐습니다. 경남도에는 무기계약직이 3천여명 있습니다. 이번에 월 30만원 이상 합의해서 올렸죠. 많이 개선되겠죠.”

- 조직을 갑작스럽게 늘린 사례는 경남도밖에 없는 듯합니다.
“대책위를 꾸려서 추진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일반노조는 현재 지역본부 직가입 조직이고, 환경미화원 등 비정규 노동자들 중심입니다. 무기계약직 처우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의 공감이 없이는 어렵죠. 총액임금제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었죠. 공무원노조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도 함께했습니다.”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논란이 됐는데요. 지방정부가 바뀌었으니 지역별로는 사업성 예산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족수 미달로 통과는 안 됐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분별하게 받아 사업을 벌이면 안 됩니다. 이번 사업비 경우 사업을 하게 되면 결산서를 넘겨 감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재정과 사업 내역을 다 넘겨야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비정규직센터는 별도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 지역본부 공동화 우려가 있었는데, 경남도에서 지방선거 개입해 조직화까지 이어졌습니다. 지역본부 사업이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한다며 1인당 1만원씩 모금했습니다. 지금은 절반 정도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8군데에서 사업계획을 제출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기금으로는 다 지원을 못하니까 선택적으로 2개밖에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지자체의) 자금을 받는 부분을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하지 못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거든요. 같은 노동자로서 한 조직으로 묶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대림자동차 해고자들이 사회적기업으로 생계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전국적으로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사회적기업을 노동부가 관할했는데, 이제 지방정부로 이관됐거든요. 투쟁할 수 있는 생계보조 수단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납품하는 사업이고, 경남도청 내 식당에 식자재 납품하는 사업을 합니다. 시단위로는 청소대행용역과 같은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용역업체 비리·부패 문제가 많은데요. 그런 부분에도 사회적기업이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한꺼번에 하기는 힘들죠. 사회적 기업과 영리기업 위탁업체를 비교해 어떤 것이 나은지 고민하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영리업체 이익을 보장해야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그러지 않아도 되거든요. 시 재정도 남고, 잘 운영하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일자리도 생기고, 사회적기업이 노동탄압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 고용의 질이 보장될까요.
“시에서 예산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는 부분만 지급되면 충분한 임금이 됩니다. 위탁업체가 중간에서 일부 떼고, 청소하는 데서 일부 떼고 하는 식의 3중 부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임금이 하락하는 겁니다.”

- 청소 위탁업체는 누가 운영합니까.
“기존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있으니 위탁을 받으면 그런 노동자들이 우선 해야죠. 사정상 인원이 부족하면 일자리 없는 노동자들을 채용해야겠죠.”

- 지금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시에 요청을 하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위탁계약이 7월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러면 6월에 위탁업체가 선정돼야 합니다. (그 안에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을 통해 노동의 문제도 바로잡아야 하고,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도 해소할 생각입니다.”

- 노동계 요구는 위탁이 아니라 직영화잖아요. 비판이 나올 수도 있겠어요.
“직영이 가장 좋죠. 그렇지만 바로 돌리라고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총액임금제가 해소돼야 가능한 일이거든요. 용역업체에 나가는 인건비는 총액임금제 외의 예산에서 지급되는데, 직고용으로 가면 총액임금제 인원으로 들어갑니다. 총액임금제를 철폐시키지 못한 상황에서는 요구는 맞을지라도 조직 내에 동의 안 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근본적인 고리를 철폐한 이후에 직고용하는 단계를 밟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김해를 빼고는 야권연대의 위력이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해 보궐선거에서는 단일화가 늦게 됐습니다. 지역에서 단일화하기 위해 주도권을 가지고 판단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중앙당이 개입해 막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지역에 맡기지 못하면 앞으로도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낙하산을 공천해 후보로 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여론조사 방식에 의존했던 부분도 문제였습니다. 한나라당이 개입하고 장난치기 좋았다고 봅니다. 선거운동 도중에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연대했던 조직을 소홀히 했던 부분도 중요한 패인이었습니다. 막판에 뒤집히기 전까지 협조 요청이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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