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이 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회사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에 해당되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의 한 회사 경비원이었던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9년 10월27일 오전 11시30분께 평소처럼 자택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오토바이로 회사에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사고로 인해 ‘다발성 늑골골절, 폐손상’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같은해 11월 ‘심폐기능부전’으로 숨졌다. 유가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공단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없어"

공단은 "휴게시간 중 노동자의 행위는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망인이 회사로부터 별도의 식대를 지급받지 아니하고 점심식사 장소 및 방법이 망인의 재량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종춘 부장판사)는 지난달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공단이 유족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며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 "본래 업무행위에 따른 업무상재해"

법원은 △회사가 망인이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가운데 망인이 도시락을 싸오더라도 이를 먹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점 △망인이 평소 자택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근무장소인 회사로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일한 점 △회사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망인이 자택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이례적인 행동이 아니었던 점 △망인이 점심시간에 자택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회사로 복귀하는 행위가 망인 본래의 업무행위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휴게시간 중 고인의 행위가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로 인정되는 합리적 행위로 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판시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두6549 판결 등 참조
전주지방법원 2010구합2934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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