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8월1일 설립된 경기도 안산 소재 한 식료품 제조사업장에서 같은해 8월27일 한 노동자가 스티커 작업 중 토트박스(수납함)에 걸려 넘어져 왼쪽 가슴에 부상을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회사 설립 후 26일 만의 첫 사고였다.

7일 후인 9월3일에는 야채커팅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었고, 한 달여 후인 10월13일에는 무 찌꺼기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회전 칼날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50여명. 설립 후 채 1년이 안 된 지난해 6월까지 무려 9건의 산재가 발생해 전체 노동자의 20%가량인 9명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심각한 것은 비슷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영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안전보건 연구동향'(4월호)에서 이러한 사례를 제시하며 "일부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산재위험 인자가 제거 혹은 조치되지 않고 사업장을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설립 2년 미만의 신규 사업장 산업재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신규 사업장 재해자는 2009년 기준으로 1만4천680명, 재해율은 1.28%로 추정된다. 같은해 기준 2년 이상 사업장 재해율(0.6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김 연구위원은 2001~2009년 사업장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산재 보상자료를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

신규 사업장 재해율, 날로 증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규 사업장 재해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다. 2001년 0.78%에 불과했던 신규 사업장 재해율은 2003년 1.11%를 기록한 뒤 정체상태를 보이다가 2008년 1.19%, 2009년에는 1.28%까지 증가했다.<그래프 1·2·3 참조>
 
 


 
반면 2년 이상의 기존 사업장은 2001년 0.78%에서 2005년 0.69%대로 내려앉은 뒤 2009년에는 0.61%까지 떨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전체 산업재해율이 0.7%대에서 정체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신규 사업장의 재해율 증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서비스업종에서 뚜렷했다. 2001년 0.38%에 불과했던 서비스업 신규 사업장 재해율은 2009년 0.87%로 2.5배나 증가했다. 반면 기존 사업장은 같은 기간 0.60%에서 0.45%로, 재해율이 0.15%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에서는 신규 사업장 재해율 변동 폭은 적었지만 절대 수치 자체가 높았다. 2001년 기준 신규 사업장 재해율은 2.10%로 기존 사업장(0.99%)에 비해 1.11%나 높았다. 2009년 신규 사업장 재해율은 2.32%로 2001년에 비해 증가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기존 사업장 재해율이 0.84%로 낮아지면서 격차는 1.48%포인트로 벌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신규 사업장의 재해율 증가는 전국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기존 사업장과의 재해율 격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격차는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신규 사업장 재해 왜 많나

정부와 노동계 모두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존 사업장과 달리 신규 사업장의 재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주로 성장(성공)에 대한 조급증과 안전사고에 대한 경험 미비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회사 설립이 오래된 사업장들은 산재예방 분야에 많은 솔루션을 구축했고 안전 풍토·문화가 형성돼 있어 산재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재해율이 상당히 낮다"며 "반면 신규 사업장은 조직 성장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재해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주와 노동자 모두 사고에 대한 경험 미비로 반복된 사고에 노출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특성은 신규 사업장 재해자 연령 분포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사업장 재해자의 연령별 점유율은 기존 사업장과 비슷하게 40대(기존 28.48%, 신규 27.68%)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30대 미만의 경우 기존 사업장 재해 점유율이 13.77%인 데 반해 신규 사업장은 18.56%로 다른 연령대보다 격차(4.79%포인트)가 컸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장의 근로자 인적 구성요소에 근속기간이 짧은 젊은 연령층의 신규 직원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고 이들이 재해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이를 말했다. 신규 사업장의 재해자 여성 점유율도 17.75%로 기존 사업장(15.58%)에 비해 2.17%포인트 높았다.

기존 사업장에 비해 신규 사업장에서 주말·휴일근무 재해율이 높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평일근무 때는 신규와 기존 사업장의 재해 점유율이 비슷하거나 기존 사업장이 다소 높았지만 주말인 토요일은 신규 사업장(12.49%)이 기존 사업장(11.76%)보다 높았다. 휴일은 일요일은 신규 7.01%, 기존 5.18%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성별 맞춤형 산재대책 마련 절실

김 연구위원은 "신규 사업장 재해율 증가는 전체 재해율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문제인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규 사업장의 높은 재해율은 사업 시작 최초일로부터 2년 사이에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뜻이기에 이 시기에 집중적인 산재 예방활동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신규 사업장의 업종과 규모·인력 분포·위험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규 사업장에 대한 집중적인 산업안전 예방활동을 주문했다. 실제로 신규 사업장에서는 여성이나 30세 미만의 사회 초년생들의 재해 점유율이 높다. 그만큼 집중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 위험인자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난 후에야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재해자수가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며 "아직 많은 사업장에서 산재보험 혹은 산재 발생의 심각성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보다는 사업장의 성장이 우선시될 수도 있는 만큼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 또한 사업 성장의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사업주에게 산재 예방 가이드 등 산재 예방기관의 활동을 알려 주고 정책·제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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