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위헌이다. 헌법학자 허영은 헌법재판소에 이런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용자가 파견근로자를 2년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그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한 2006년 12월21일 개정 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구 파견법’이라 함) 제6조제3항의 위헌 의견서에 서명해 현대자동차(주)를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서 참고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필자는 헌법재판연구원장으로서 그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의견서에 서명한 때가 헌법재판연구원장으로 취임시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헌법재판연구원장으로서 그가 중립의무를 훼손하고 스스로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무너뜨린 것인지 내 알 바 아니다. 다만 이 나라의 헌법학자 허영이 이런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것만 내 알 바다.

2. 헌법학자 허영은 말했다. “인력수급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상의 자유는 기업이 헌법적인 보장을 받는 기본권적인 자유이므로 경영상 행해지는 결정의 본질은 자유로운 결정이어야 한다.” “기업경영의 본질적 내용은 인력수급의 자율성”이니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은 기업경영의 본질적 내용인 기업의 인력수급을 과잉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위헌을 면하기 어렵다”고 과잉 입법이어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무슨 법률용어인지 아닌지 헌법과 자유가 기업과 경영 사이에서 오고가더니 인력수급은 기업의 경영 자유, 법률로는 빼앗을 수 없는 본질적인 기업의 결정 자유이고 그걸 제한하는 법률은 위헌이라고 허영은 말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기업의 인력수급 자율을 제한하는 법규정들은 모두 위헌이 된다. 기간제법도 위헌인 것이 당연하고. 남녀·장애인 등 고용 차별을 제한하는 법률들도 위헌일 거고. 기업의 인력수급의 자유 앞에 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하는 일체의 법률은 위헌이다. 기업 인력수급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리해고를 제한한 근로기준법 제24조도 위헌이 될 수 있다. 인력수급은 어떠한 근로자를 몇 명이나 채용할 것이냐 뿐만 아니라 어떠한 근로자를 몇 명을 유지할 것이냐 정리할 것이냐 하는 것도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으니. 사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고를 제한하거나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호하는 법률 모두가 기업 경영의 본질인 인력수급의 자율을 과잉제한하는 것이라서 위헌이 될 수 있다. 헌법학자 허영에겐 기업의 인력수급의 자율만 보이고 근로자의 고용보호는 보이지 않는다. 이 헌법학자에겐 근로자의 고용보호를 위한 법률들은 기업의 인력수급의 자율로서 기업 경영의 본질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법률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경영 결정만 보고 근로자의 헌법상 권리는 보지 못했다. 그러니 그에겐 구 파견법 고용의제는 위헌으로 보였다. 그러니 그는 과거 독일 파견법은 심지어 현대자동차처럼 불법파견이면 2년 초과 여부를 따지지 않고 바로 현대자동차 근로자로 인정하고 이것을 독일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원로헌법학자 허영은 말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적자치에 터 잡은 시장경제 질서에서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인력관리의 신축성 제고라는 법익을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장기화 방지라는 법익보다 낮게 평가한 나머지 검토대상 법률조항의 고용의제 규정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논리가 설득력과 법리적 합리성을 갖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은 일자리 창출의 가장 큰 기여자인 기업이 헌법상 누리는 기본권적 가치와 조화할 수 없는 근로자만의 이익을 편파적으로 추구하는 내용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허영은 여기서도 헌법의 질서와 자유가 기업과 파견근로자 사이를 오고가더니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근로자이익만 편파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위헌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인력관리의 신축성 제고라는 법익을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장기화 방지라는 법익보다 낮게 평가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필자가 사측에 대해 그와 같이 주장했다는 것인가. 필자는 헌법에서 기업의 자유라는 것도 또 다른 헌법의 가치 내지 기본권인 노동권 앞에 절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근로자의 고용보호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것이며,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헌법은 이 세상의 질서를 선언하고 있다. 재산권, 시장경제 질서 등 자유로운 기업의 활동을 기본권과 가치·질서로 보장했다. 그러니 사용자가 근로자를 사용해서 자신의 사업을 위해 종사시키고 그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관해 그것이 헌법질서라고 말해 온 것이다. 바로 이러한 헌법질서를 인정한 전제에서 다만 사내하청 비정규 근로자들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소송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 나라 헌법 제32조 등에서 노동권을 보장하면서 국가가 근로기준법 등을 제정해 근로자의 고용 등 근로조건을 보호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에 권리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 앞에 기업의 자유 내지 사용자의 권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자유 내지 사용자의 권리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다만 거기서 근로자의 고용보호도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질서 아래에서 기업은 자유롭게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이 존재하더라도 얼마든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다. 이것을 제한하지 않는다. 지금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에 근거해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자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근로자를 사용하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 근로자를 사용한다면, 즉 근로자의 노동력을 제공받아 사용자가 사업을 한다면 그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헌법 제32조에서 보장한 근로의 권리로서 당연히 보장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국가는 파견법을 만들어 훼손했다.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 내지 기본권의 핵심을 대한민국 국가는 법률을 만들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말았다. 근로자를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용하면서도 사용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렇게 파견법을 제정했다. 근로자를 사용하지만 고용 등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것이 파견법의 실체다.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이러한 파견법 질서 내에서 2년 초과해 계속 사용한 근로자는 그 사용자에게 고용간주된다고 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무슨 기업의 경영 자유, 인력수급의 자율 결정을 내세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이 나라 헌법학자 허영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헌법학자는 파견법이 헌법의 근로의 권리에 맞서는 새로운 자유목록을 사용자에게 추가해 준 입법이라는 것을 그만 잊고 말았다. 혹은 그가 기업의 자유만 그의 머리에 담고 있다 보니 대한민국이 98년 2월 새로이 기업을 위해 파견근로의 사용을 파견법을 제정해 보장해 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가 이 나라 헌법의 노동권, 즉 근로의 권리와 파견법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면 그는 헌법학자로서 헌법재판소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해야 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적 자치에 터 잡은 시장경제 질서에서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인력관리의 신축성 제고라는 법익을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장기화 방지라는 법익보다 너무 과도하게 높게 평가한 나머지 검토대상 법률조항의 고용의제 규정을 부당하다는 논리가 설득력과 법리적 합리성을 갖는 것인지 의문이다.”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은 기업이 헌법상 누리는 기본권적 가치와 얼마든지 조화할 수 있는 근로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내용이므로 당연히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나 허영은 밝힌다고 말해야 했다. 덧붙여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 즉 근로의 권리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가 그에 따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기본권이고 헌법의 핵심적 가치질서다. 따라서 국가가 법률로서 이 근로의 권리의 본질을 제한한 파견법은 위헌”이라고 말한 후 나는 앞으로 원장으로서 헌법수호를 위해 파견법 철폐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3. 그러나 헌법학자 허영은 이미 위헌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 헌법학자가 말했어야 했다는 말은 단지 필자의 의견으로 남았다. 허영은 합헌이라는 필자에게 논리의 설득력과 법리적 합리성이 의문이라고 했으나, 앞에서 필자는 오히려 허영에게 당신의 의견은 논리의 설득력과 법리적 합리성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허영은 의견서로 무서운 말을 하고 있다. 구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은 위헌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등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고용의제 조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이건 이 나라 헌법질서가 보장해 줄 수 없다.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정규 근로자 고용보호는 우리 헌법질서의 밖에 있다. 이것은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적 자치에 터 잡은 시장경제 질서”를 전제로 고용의제조항이 위헌이라고 말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허영의 말이 정당하다고 이 나라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한다면 이 나라에서 비정규 근로자는 자신의 고용보장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비정규 근로자는 자신의 고용보장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이 나라 법질서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근로자를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용한 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나라 헌법질서에서 수용될 수 없다면 근로자는 자신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이 나라 헌법질서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허영은 의견서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나라는 당신들을 현대자동차 근로자로서 보호해줄 수 없다. 그러니 당신들은 다른 길을 찾아라.”

4. 헌법학자 허영은 지난 4월11일 헌법재판소 소속 헌법재판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지금은 그가 헌법재판소장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가 노동자와 노동권이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원장으로서 말한다면 그가 옮겨 온 독일헌법의 통합이론으론 이 나라에선 노동자를 헌법질서에 통합시킬 수 없다. 의견서대로라면 이 나라 노동자들은 그가 말하는 헌법질서내로의 통합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제 헌법소원 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선택만 남았다. 허영이냐, 노동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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