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한 지방군청에서 총무과장 겸 회계과장으로 근무한 이아무개(당시 57세)씨는 지난해 2월 군청이 지방선거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을 꾸려 상황반장을 맡아 선거관련 총괄업무까지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6·2 지방선거 투표 당일 ‘개표결과가 제때 게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민 및 외부 인사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 이어 선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선거업무를 처리하고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퇴근 후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씨는 바로 순천양대 구미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지난해 6월 ‘소뇌의 뇌실질내 출혈’로 사망했다.

이씨의 부인은 "남편은 총무과장과 회계과장 업무를 겸임해 왔고,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지방선거까지 군청 총괄반장으로서 선거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과다한 공무를 수행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무상 과로가 아닌 고혈압 등 고인의 체질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부인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도 부장판사)는 최근 "공무원연금공단은 유족에 유족보상금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군청의 총무과장이자 회계과장의 업무를 수행하던 자가 지방선거기간 중 선거지원상황실 상황반장까지 겸한 데다 선거관리업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갑자기 사망했다"며 "공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급격한 뇌혈압의 상승이 고인의 고혈압 등을 악화시켜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으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고인이 사망 3개월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 혈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 △고인이 선거관리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점 △ 쓰러지기 약 1시간 전인 새벽 2시까지 선거관리업무를 처리하면서 과로하며 개표결과가 게재되지 않았다는 항의전화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점 등을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과로나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뇌혈압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밤샘근무의 강도가 매우 심할 경우 교감신경에 영향을 줘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도 있다”며 “이에 따라 고인은 공무상 과로 및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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