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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불법폭력 집단 낙인에 두 번 죽어”명진스님·김제동·박혜경 등 각계 인사 쌍용차 해고자 위로방문

"돈이 없는 것보다 '불법 폭력집단'이라고 매도하고, '해고를 당해도 마땅한 귀족노동자'라고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그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부인 권아무개(38)씨는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가해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낙인이 고통스럽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권씨의 남편은 신경안정제 등에 의지하며 일상을 버티고 있다. 권씨는 가장의 역할을 대신하며 이 같은 고통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 평택에서는 '쌍용차'가 금기어로 통한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쌍용차 사태'로부터 도망치느라 아무도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고 했다. 해고자 부인 중에는 유산으로 고통을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쌍용차 해고자 신아무개(34)씨는 시민으로서 명예회복이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우리가 필요한 건 생활비 따위가 아닙니다. 쌍용차 사태를 일으킨 정부와 기업이 과실에 대해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들과 노동자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김은성 기자 ⓒ 매일노동뉴스



신씨가 쌍용차 사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투쟁에 나서는 이유다. 신씨는 “사회가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쌍용차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자들을 불법집단으로 몰아 억울하다"며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력하고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은 이처럼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는 DNA채취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해 그들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들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명진스님과 방송인 김제동씨·가수 박혜경씨·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심상정 전 국회의원·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레몬트리 공작단(트위터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재능기부모임)·진실의 힘(국가 고문 등 인권침해 피해자 진상규명 단체) 등 100여명의 시민·사회 인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청을 찾았다. 이들은 쌍용차 해고자 및 가족들과 평택시청 인근을 함께 걷고 이야기를 하며 아픔을 나눴다.

노동환경건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30%는 중등도 우울 증상, 50%는 고도의 우울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유병률도 52.3%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쌍용차 노동자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51.2명으로 일반인 자살률의 3.74배에 달한다.

이들의 심리치료를 맡고 있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조차 일상적으로 죽음을 말할 만큼 죽음에 대한 긴장감이 없다"며 "77일 동안 극단적인 폭력에 노출돼 인간이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박사는 "이들은 일반 해고와 달리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있음에도 회사와 사회의 냉대에 또 2차 상처를 받고 있다”며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 주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명진스님은 “쌍용차 파업은 생존을 위한 것으로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국가가 불법딱지를 붙여 폭력을 가했다”면서 “이런 세상을 보고만 있다면 같은 범죄자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쌍용차 해고자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서 왔다"며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을 웃게 해 주고 싶고, 그들과 함께 살고 싶어서 왔다"고 위로를 건넸다.
트위터에 오른 행사소식을 보고 일부러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미숙(41)씨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 왔다”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는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 행동으로도 옮기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들은 이 같은 위로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던 이정아(37)씨는 "우리가 불법폭력 집단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여러분이 있어 너무 고맙다"며 "여러분처럼 우리도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아플 때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명박 정권의 살인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재발을 막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명진스님은 최근 출판한 ‘스님은 사춘기’의 인세 1천만원을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에 기부했다. 오는 14일에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토크콘서트를 벌인다. 사회 각계각층의 쌍용차 해고자 돕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상자 인터뷰] "쌍용차 해고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 함께 살아야죠”
쌍용차 해고자 아이들 돕는 가수 박혜경씨
ⓒ 매일노동뉴스
"처음엔 해고자 가정의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사회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평택시청에서 만난 가수 박혜경(37·사진)씨는 아이들과 노느라 얼굴에 웃음꽃이 만연했다. 쌍용차 해고자 자녀를 돕는 박혜경씨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레몬트리 공작단'을 꾸려 지난 3월26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평택을 찾고 있다. 400여명에 이르는 레몬트리 공작단에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혜신 박사가 쌍용차 해고자들의 심리치료를 진행할 동안 박씨와 공작단은 그들의 아이들과 놀아 준다. 박씨가 직접 행동에 나선 데에는 쌍용차 조합원 임무창씨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임씨는 부인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지 열 달 만에 지난 2월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다. 이 소식을 접한 박씨는 숨진 임씨의 남매에게 멘토(조언자)를 자청해 아이들과 만났다. 박씨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지역사회 부터 사회 곳곳에서 쌍용차 문제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고 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늘어나는 관심에 공작단 참여자 모두가 놀라며 희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전파됐으면 해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상처가 치유돼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박씨는 “쌍용차 가족들도 우리 이웃과 똑같은 사람들일 뿐이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쌍용차 해고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들도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씨는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레몬트리 공작단과 또 다른 ‘작당’을 구상 중에 있다.
"일명 ‘대박가계’를 고민하고 있어요. 쌍용차 해고자 가족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가계를 만드는 사업에 대해 레몬트리 공작단과 작당 중입니다 (웃음).” 김은성 기자

김은성 기자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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