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국내 출간 1년도 안 돼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꼽힌 데 이어 인문서로는 드물게 100만부를 찍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의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최근 원칙을 어겨 홍역을 치렀다. 결국 '7위 득표자 탈락'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담당PD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사회 곳곳에서는 “서민들이 원칙과 정의가 지켜지는 공정사회에 목말라한다”며 “정의 신드롬이 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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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의 김주현씨가 지난 1월 삼성전자 천안공장에서 투신자살을 했을 때 삼성측이 내뱉은 첫 일성이다. 주현씨의 아버지 김명복씨는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들이 힘들다고 할 때조차 ‘세계 최고 기업 삼성이니 참으라’며 삼성을 더 믿었던 김씨였다. 하지만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려는 삼성의 태도는 김씨를 97일간 투사로 만들었다. 김씨의 요구는 하나였다. 과실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상식이고 정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복씨의 ‘정의’는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정의 신드롬’이 불고 있다는 사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씨는 “주현이가 인간으로서의 인정받아야 할 마지막 존엄마저도 지켜 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가슴을 쳤다.

주현씨의 누나 김정씨는 시민사회가 삼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정씨는 “진실을 바르게 바라봐야 삼성처럼 권력있는 사람들이 힘과 돈으로 힘 없는 사람을 탄압하게 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며 삼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고 김주현씨의 죽음은 노동자의 인권과 존엄을 하찮게 여기는 거대기업 삼성의 문제를 증언하는 사건이었다. 이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삼성에게도 ‘정의’와 ‘원칙’을 요구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노조 설립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를 당한 박종태씨가 투쟁을 벌인지도 벌써 154일이 됐다.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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