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은 한국철도공사와의 사이에 2008년 7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진행해 온 임금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2009년 11월26일부터 그해 12월3일까지 파업을 했다. 직권중재제도로 인해 불법파업을 감수해야했던 이전과 달리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파업이었고, 노조는 필수유지업무 절차를 비롯한 사전절차를 모두 준수했다. 파업 초기까지 언론을 비롯해 정부·검찰에서도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만 했을 뿐 불법파업이라고는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엄정 대응 발언 이후 상황은 역전됐고, 철도노조에 대한 압수수색, 노조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구속영장 청구 등이 이어졌다. 검찰은 철도노조의 일련의 파업(안전투쟁 및 경고파업 포함)이 경영권 사항인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및 징계·손해배상소송 철회 등을 목적으로 한 불법파업임을 이유로 공소제기를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12판결과 그 항소심인 2010노2641판결은 전면파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대전지방법원은 철도노조 대전지역본부 조합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상판결은 이외에도 준법투쟁 중 이른바 안전투쟁의 쟁의행위성 여부에 대해 주목할 만한 판단을 했으나, 지면관계상 본고에서는 전면파업 목적의 정당성 여부에 국한해 대상판결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른바 ‘경영권 사항’과 죄형법정주의

◇경영권 사항을 목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축적된 판결례=대법원은 2001년 정리해고의 실시 반대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2001.4.24. 선고 99도4893 판결) 조폐공사 통폐합 사건 등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사안으로 이를 확대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가스공사 파업 사건에서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투자가 살아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경영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실시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없다는 법리를 확고히 했다(대법원 2003.7.22. 선고 2002도7225 판결).

◇축적된 판결례에 대한 공론화=대상판결은 8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위 대법원 판결에 최초로 의문을 제기했다.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투자가 살아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는 논리는, 하나의 공리(axiom)로서 확립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논란이 많은 경제이론의 하나일 뿐이고 이에 대한 비판이론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는 명확한 법문의 해석을 변경해야 할만큼 압도적 논거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판결은 2001년 이래 축적돼온 경영권 사항 목적 파업은 불법이라는 판결례에 대한 첫 공론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의 목적의 정당성 판단기준=대상판결은 “명백한 법문의 근거도 없이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창설해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하게 된다면 형사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을 해할 수 있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법해석의 공리에도 반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판단기준으로 ‘헌법 제33조와 노조법 제1조·제2조·제5호·제29조·제47조의 법문의 규정에 충실하게’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모두 그 목적이 정당하다는 기준을 설시했다.

◇소결=헌법상 근로3권과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의 조화를 모색해야한다는 법적 요청을 감안하더라도,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곧바로 형사처벌에 처해지는 현재의 법체계 하에서는 ‘죄형법정주의’라는 요청이 근본에 놓여야 한다.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란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권은 역사적으로 노동3권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확장돼 온 것이고 현재도 무엇이 경영권 사항인지, 무엇이 근로조건 사항인지 법률전문가조차 그 경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개별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한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도노조의 2009년 파업은 이러한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 아래 추진된 정원감축, 근무형태 변경, 연봉제·임금피크제의 도입, 각종 인건비 절감 및 복리후생의 축소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합리화의 일환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철도공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단체협약의 형식으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고자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사는 이를 ‘경영권 사항’으로 포섭하고자 했고, 대상판결은 죄형법정주의에 입각해 이러한 ‘경영권 사항’의 확대적용 시도를 경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된 목적 판단에 있어 검사의 입증책임

나아가 대상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철도노조의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주된 목적의 판단기준=종래 대법원은 “쟁의행위에서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 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당부에 의해 그 쟁의목적의 당부를 판단해야할 것이고,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부당한 요구사항을 뺐더라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의 입증을 요구한 사례는 많지 않다. 노동조합의 각종 회의문건·집회에서의 정치적인 구호 내지 발언, 교섭석상에서 공소장 기재 목적사항이 언급된 사실 등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도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으로 인정되는 예가 많았다.

◇대상판결의 주된 목적 판단=이와 관련해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이 항상적으로 유지되는 정치적 목표와 지향을 밝히는 것, 파업집회현장에서의 발언이나 노사협의회 또는 단체교섭에서의 임의적 교섭사항으로서 경영사항을 노사가 논의하는 것, 노동조합이 발행한 여러 문서에서 쟁점사항이나 큰 틀에서의 정치적 목표로 이를 게시한 것 등을 만연히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라고 곧바로 연결해서는 안 되고, 근로조건의 유지·향상과 관련된 사항들만으로는 쟁의행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자료들이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도(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참조)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 및 검사가 거론하고 있는 근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검사의 입증책임을 명확히 했다.

결론

지난 3월17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출근을 하지 않는 단순파업이 당연히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새로운 요건을 제시했다.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법리가 그것이다.

기존의 해석에 비하면 진일보된 것이나 아직까지는 어떤 기준으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판단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기준이 명확치 않고, 법문상의 근거규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이 명백한 법문의 근거도 없이 ‘전격성’과 '막대한 손해‘라는 모호한 개념을 창설해 기존과 마찬가지로 평화적인 단순파업에 대한 처벌수위를 유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로 촉발된 철도파업과 가스·발전파업 사건이 변경된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첫 심판대에 오르는 이 때, 다시 한 번 죄형법정주의와 검사의 입증책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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