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초 현재까지 정규직 시간제 노동의 외형적 실적은 공무원들의 ‘모나면 정 맞는다’는 지나치게 조심스런 문화 때문에 정부가 연초에 꽤 거창하게 출발했던 의욕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일자리 지원사업 평가의 일환으로 수행한 ‘외국의 시간제노동 사례에 비추어 본 한국의 시간제 노동’ 보고서는 정부의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공기관 유연근무제는 지난해 4월부터 고용노동부 등 11개 국가기관과 부산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실시 중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무원의 시간제 노동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신청자는 적었지만 희망자는 많아 향후 확산될 여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하면서도 성과보다는 개선점을 지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애초 내놓은 계획과 정반대로 가는 경우도 적시했다. 연구원은 “정규직 공무원을 시간제로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채용한 적이 없고 향후에도 채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로 시간제 계약직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의 A구청 사례를 들었다. A구청은 시간제 노동을 개발해 1명의 기존 공무원을 전일제 노동에서 시간제 노동으로 전환배치하고 9명의 시간제 계약직을 뽑았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구청은 이미 쓰레기 무단투기단속요원과 취업상담요원 등 22명을 시간제 계약직으로 쓰고 있다”며 “전국의 주요 자치단체들이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시간제 계약직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시간제 계약직 인력은 상당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정규직 시간제 정착과 확산에 주력한다면서 한편에서는 시간제 계약직을 쓰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제는 시간제가 민간부문으로 확산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46.8% 수준이고, 비정규직 평균의 83.1%에 불과하다. 파견노동자나 일용노동자보다 급여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시간제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정규직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임금수준이나 기업의 복지혜택, 사회보험 가입률에서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다”며 “사용자들에게도 시간제 일자리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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