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1사 다수노조 또는 병존노조 사업장을 방문할 때 유독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법인 통합으로 노조가 두 개인데 오는 7월1일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 ‘우리 사업장은 법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1년 유예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이 사업장의 경우 합병되기 전 사용자가 노조별로 개별교섭을 했다. 사업장은 2010년 7월 통합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6조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 있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은 2012년 7월1일부터 적용한다. 여기에는 인수합병으로 두 개 이상의 노조가 있거나 기업별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초기업 단위노조의 지부·분회가 설립된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2009년 12월31일 이전에 1사 다수노조 또는 병존노조로 존재해야 한다. 앞서 사례로 든 다수노조 사업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을 유예받지 못한다. 두 개의 노조가 하나의 사업장에 둥지를 튼 시점이 2010년 7월이기 때문이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오는 7월1일부터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고용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해석하고 있는 탓이다. 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2011년 7월1일은 개정 노조법의 규정 시행일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부가 법 시행일과 규정 시행일이라고 각각 해석하는 탓에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분명 모순이다. 형평에도 어긋난다. 1사 다수노조 또는 병존노조 사업장의 경우 노조 설립이나 인수합병 시점이 2010년 1월1일 이전과 이후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셈이다. 같은 1사 다수노조 사업장이라 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는 곳과 그렇지 않는 곳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노조법 시행일 해석에 따른 혼란은 또 있다. ‘우리 노조는 4월에 단체교섭을 시작하는데 7월1일 후 신생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교섭대표권의 지위가 유지되느냐’라는 질문도 자주 제기된다. 노조법 부칙 4조에 따르면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조로 본다. 마찬가지로 노동부는 2010년 1월1일을 개정 노조법 시행일로 본다. 사례로 든 노조가 교섭을 하고 있었더라도 신생노조가 설립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노동부의 해석대로라면 부칙 4조는 있으나 마나인 셈이다.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은 다르다. 이 법 시행일을 올해 7월1일로 해석하는 노동계는 교섭 중인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총은 아예 회원사에 지침으로 내렸다. 기존 노조와 교섭을 하고 있을 경우 7월1일 이후 새로 생긴 노조의 교섭요구는 거부하라는 것이다. 일선 사업장 노사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설명도 오락가락이다. 울산지역의 한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가 주최하는 복수노조 설명회에서 만난 근로감독관이 부칙 4조를 적용받으니 안심하라고 했다”며 “이 말은 기존 노조가 교섭 중이었다면 신생노조가 설립되더라도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렇듯 혼란을 줄이고자 만들었다는 복수노조 관련 노조법 부칙 조항이 되레 역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법 시행일과 규정 시행일이라는 노동부의 모순된 해석이 빚어 낸 풍경이다. 그것도 복수노조 허용이 2개월여 남은 시점인데도 말이다. 원죄는 사업장 단위에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한 현행 노조법에서 비롯된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더라도 자율적으로 교섭하도록 했다면 이런 혼란은 덜했을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1사 다수노조 또는 병존노조 사업장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자율교섭을 해 온 것을 볼 때 그렇다. 일부 병존노조 사업장에선 자율적으로 노노 간 동수의 공동교섭단을 구성한다. 법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조만간 야5당과 양대 노총이 현 노조법을 전면재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발의한다. 일선 사업장 노사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매뉴얼까지 만든 노동부의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노조법 재개정을 활발하게 논의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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