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해고된 박사급 연구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냈다. 당시 이 연구원을 해고한 노동연구원장은 당시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는 국회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박기성씨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4일 노동연구원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원심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는 대법원이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유를 보고 더 이상 심리할 가치가 없는 사건을 별도로 분류해 재판부에 정식으로 배당하지 않고 바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박기성 당시 원장은 조직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연구원을 해고했다. 원장의 업무상 지시를 특별한 이유 없이 2차례 단호히 거부하고, 매달 1회 열리는 경영설명회에 1년 이상 불참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고사유에는 2009년 2월부터 경영설명회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국민의례를 거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연구원은 2009년 9월 해고된 뒤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법과 같은해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원심은 지시거부에 대해 “연구과제 선정에 관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당한 업무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국민의례를 거부에 대해서도 “원고가 국민의례를 거부한 이유는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전체주의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 영역 내지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경영설명회 불참도 “원고가 아무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이 아니고, 나름의 절충적인 방법을 취하려고 노력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민의례 거부를 이유로 근무실적이 우수하지 못하다고 본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진행한 김선수 변호사는 “해고가 원장의 무리수였고, 이런 점이 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확인됐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고 원직복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며 “2심 판결 뒤에 오히려 대리인을 대형 로펌으로 교체해 상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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