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핵가족화·여성경제활동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로 보육·가사 및 간병서비스가 이전처럼 가정 내에서만 이뤄지기 힘들게 됐고,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간병·보육·활동보조·가사와 같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것이 저출산 대책이자 일자리 대책이고, 일·가정 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가정 내 보육·가사·간병에서 해방된 여성들은 다시 비정규직 일자리로 흘러들었다.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또 그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여성 비정규직의 대표적인 일자리가 바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다.
 
애초에 정부는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모두를 위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다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의 이윤착취 시장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했을 뿐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없었다. 서비스의 질과 양에 있어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엇보다 큰 것이 사회서비스 영역이기에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해야 했다. 이로 인해 노동력 중개업체를 통한 노동자 거래가 형성됐다.

대표적으로 간병의 경우 소개업체의 수수료 착취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비도 노동자에게 뜯어냈으며, 작업복 비용조차 노동자에게 분담하게 했다. 일을 하려면 입회비를 내야 했으며, 업체들은 일을 확보하고 있지 않음에도 무조건 회원(노동자)을 늘려 회비를 착취했다. 그러면서 업체들은 어떤 책임도 사실상 지지 않았다. “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가 직접 계약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용자로서의 노동법상 책임에서 벗어났다. 그것조차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법을 피해 때로는 파견으로, 때로는 소개로 공급형태를 위장하며 탈·불법적으로 이윤을 취해 왔다. 원청 대자본과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수탈을 합법화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고용서비스 활성화법, 즉 직업안정법 개악이다.

직업안정법 개악은 사회서비스 노동수요의 불연속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 모두에게 보장돼야 할 권리이지만, 간병이나 가사·보육 등이 늘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수요의 불안정성은 자본으로 하여금 일상적으로 일정한 이윤을 취할 수 없다는 불편함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자본은 필요할 때만 노동자를 공급하는 형식을 선택했다. 평소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다가 노동자가 노동을 함으로써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중간에서 취해 자기 이윤으로 얻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개업체·파견업체 등을 통한 노동자 공급이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수요의 불안정성을 없애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처음부터 정부가 수요를 확인하고, 그만큼의 건강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 질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지고 사회서비스를 공공적 성격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에 내던지는 방식을 취했다. 이로 인해 사회서비스 영역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서비스의 부실함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득을 얻는 것은 원청자본과 소개·파견·도급 등을 통한 노동력 중개업체다. 지금 정부는 직업안정법 개악을 통해 이런 중개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성장잠재력 운운하며 산업으로 키워 내려 하고 있다. 그 틀을 닦는 작업을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사업(듣기 좋은 말로 고용서비스 사업이라고 정부는 말한다)을 위탁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속내는 이렇게 바닥을 닦아 시장을 형성한 다음 대자본에게 이윤을 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고용서비스의 민간위탁은 자본에게는 1석2조의 기쁨이다. 착취할 거리가 떨어져가는 자본에게 사회서비스라는 새로운 착취시장을 열어 주는 한편, 이 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또 다른 시장을 함께 안겨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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