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업무방해죄 전원합의체 판결 후 1주일 사이의 큰 충격

철도노조는 2006년 3월 약 3일간의 파업을 진행했다. 이 파업은 이른바 산개투쟁의 방식으로 전개돼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하는 직권중재라는 무서운 괴물(?)이 존재해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마저 합법적으로 행사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멍에를 감수하고 행사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사용자는 직권중재에 의지해 구태여 성실히 교섭에 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 배경에도 역시 단체행동권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직권중재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사전적인 차단인 직권중재제도에 외에 사후적인 봉쇄인 긴급조정제도까지도 존재하는 나라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조합간부에 대한 형사고소와 징계처분 외에도 당시에 신종 노동탄압으로 각광받던 손해배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지난 3월17일 대법원(2007도482 업무방해)은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내용의 전원합의체 판결(주심 대법관 이홍훈)을 선고했다. 파업은 당연히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단정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위력으로 판단되는 쟁의행위만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 대해만 기존처럼 쟁의행위의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을 따져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는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로 인정될 것이다.

철도노조의 2006년 파업에 대한 대법원 형사판결이 나온 뒤 1주일 뒤인 3월24일 철도공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민사판결이 나왔다.

2. 이번 판결의 내용

이번 판결(2009다29366, 주심 대법관 신영철)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3.20. 선고 2007나122775 판결)을 그대로 인정해 철도노조와 철도공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의 내용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 결정은 적법하므로 철도노조의 파업은 위법해 철도공사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손해액은 운수수입 결손금(약 147억원)에 대체투입 비용(약 27억원)을 합산한 후 여기에서 절감된 인건비(약 25억원)와 절감된 열차운행비 및 전철 전력사용료(약 32억원)를 차감한 약 116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다시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위한 책임의 제한을 적용해 위 약 116억원의 손해 중 60%로 제한해 약 7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3. 현실에서 본 단체행동권의 제한

이번 판결은 이미 폐지돼 버린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므로 새삼스럽게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고, 손해배상액 산정의 문제는 변호사들의 전문영역인지라 필자가 구태여 논할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직권중재제도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한 부분과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된 현재에 필수공익사업장에 과연 단체행동권이 보장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 주목한다.
첫째 문제는 직권중재회부 후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노조법을 위반한 것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원은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에 관한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벌칙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쟁의행의 정당성을 잃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법원의 판단과 같이 손해배상의 근거는 중재회부 결정 후 쟁의행위 금지라는 노조법 위반이 아니라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또 직권중재의 목적이 사용자의 영업이익의 보호가 아니라 공익의 보호에 있으므로 직권중재 위반을 손해배상의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 문제는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가 도입된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현재 노동3권인 단체행동권이 실제적으로 보장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조정절차를 거치고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준수하면서 2009년 11월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그러자 철도공사는 직권중재제도가 존재하던 2006년 쟁의행위(불문경고를 포함해 조합간부 395명만 징계처분)와 달리 이번 쟁의행위에는 조합원 1만1천588명을 징계해 단일 사건 최다 징계기록을 세웠다. 여전히 조합간부를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했으며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철도공사는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법률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운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부분이다. 과거에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권은 직권중재로 인해 박탈됐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정치적 목적으로 박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철도노조와 달리 일부 필수공익사업장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업무의 유지수준이 거의 100%에 가까워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인 쟁의행위의 근본적 목적마저 달성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쟁의행위조차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직권중재제도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4. 부언

업무방해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고민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사실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행태가 있는데,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형사 고소로 불법 파업으로 몰고 불법 파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조합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제 업무방해죄에 대한 판단은 불법보다는 위력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중점을 둘 것이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민사소송과 징계사건에 대한 판단에서 나올 것이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의 경우 그동안 법원의 형사판결을 그대로 불법의 인정 근거로 활용했으나 이제 노동위원회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노조가 노동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노조가 구제신청의 법률대리인으로 나를 선임하겠다고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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