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에 이어 GM대우차지부도 임금과 조합비를 동시에 인상하는 방법으로 기존 전임자수를 유지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기고 있다. 한국노총이 기아차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반면에 정부와 재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가운데 노동계 내부에서는 중소 사업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나 GM대우차지부가 전임자수 유지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의 조직력과 사업장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들이 쟁의행위를 할 경우 생산 등에 미칠 파급력이 큰 데다, 조합원들이 많으니 약간의 임금인상만으로도 전임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노조들도 조합원 규모가 크기에 조합비 인상으로 전임자수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합원수가 적은 중소기업은 조합비나 임금인상만으로 기존 전임자수를 유지하기 힘들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타임오프 고시에 따라 전임자를 0.5명만 둬야 하는데, 노사가 합의해 전임자 1명을 유지했다가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노조 전임자수의 차이는 근로조건 격차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타임오프 한도와 관련해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현실은 '하박'으로 집중되고 있다. 노동계가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노조가 전임자수 유지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노사합의는 분명 시도해 볼 만한 사례이지만 대기업노조가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중소 사업장 노조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 노조들이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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